가슴으로 낳은 아이…우리집의 축복이죠

입력 2006-05-20 09:05:43

세 살인 이신정 양은 벌써 어린이집에 다닌다. 아빠·엄마가 다니는 교회의 어린이집이긴 하지만 이곳에서도 제일 어린 나이. 49세 동갑인 아빠·엄마가 데리러 오면 다른 아이들이 묻는다. "너희 아빠 맞아?"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는 신정이도 따라 묻는다. "아빠, 진짜 아빠 맞아요?" 아이를 두 손으로 감싸안은 이재석(GM대우 남대구영업소장) 씨는 힘주어 말한다. "그럼, 내가 아빠지."

신정이의 부모인 이재석(GM대우 남대구영업소장·49)·김은숙(남산초교 교사·49) 씨 부부는 49세 동갑내기다. 아무래도 신정이가 늦둥이라기엔 많은 나이. 사실 신정이는 이씨 부부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다. 지난 2월 말 산고를 통해 낳은 아들 신구(22) 씨와 딸 신영(20) 씨에 이은 셋째아이로 입양했다.

"부부 나이를 합쳐서 100세가 넘으면 입양을 못하는데 2년 남겨두고 새 아이를 얻었어요."

이 씨 가족이 모두 입양에 찬성하게 된 건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이 씨는 언제든 기회만 되면 피를 나누지 않은 아이라도 키울 계획을 10년 전부터 갖고 있었고 이런 생각을 부인과 자녀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주 언급했다.

3년 전에는 외국에서 살고있는 국내 입양아를 집으로 초청, 이들이 겪고 있는 정체성 혼란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이때 국내 입양은 이런 문제를 덜어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이를 통해 아내는 입양을 결심하게 됐고 맞벌이부부로서 키우기 가장 좋은 3∼5세 여아를 찾았고 마침내 '신정'이가 가족이 됐다.

아내 김 씨는 "남편이 입양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으며 여러 가지 준비를 많이 해 입양이 오히려 뒤늦은 축복이 됐다."고 말했다. 또 "처음엔 막상 핏줄이 다른 아이가 집안에 들어오니 낯설기도 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조차 주저되기도 했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래도 3개월 새 집안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신정이는 그 새 키가 7cm나 자라고 재롱도 갈수록 늘어 집안에는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신구 씨와 신영 씨도 "지난해부터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학교 가면 다른 친구들에게 막내동생이 생겼다고 자랑한다."고 미소지었다.

하지만 신정이가 가족이 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신정이는 배꼽에 탯줄이 묶인 채로 한 건물 앞에 남겨졌다. '사정상 키우지 못합니다. 부디 잘 부탁합니다.'라는 쪽지와 함께였다. 외국으로 입양될 수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 씨 가족의 품에 안겼다. 생일도 알 수 없어 대략 태어난 날짜를 추측해 11월 14일로 정했다.

입양될 당시 신정이는 애정결핍 때문인지 잘 먹지도 웃지도 않았다. 하지만 따뜻한 가족사랑의 힘은 강했다. 해맑은 미소를 가진 아이로 변하는데는 불과 3개월. 신정이를 본 한 의사는 "사랑으로 밝아지고 키가 큰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버지의 품에 안긴 신정이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라며 양쪽 엄지 손가락을 들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 피보다 더 강한 인연이 맺어준 두 부녀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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