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기숙사가 달라졌다. 단순히 공부하고 잠만 자는 공간은 옛말. 최신형 아파트 형태가 등장했는가 하면 외국인과 함께 지내도록 하는 등 시설과 생활면에서 놀랄 정도의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각종 가전제품까지 구비돼 이젠 토털 생활공간이란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지역 5개 대학의 기숙사를 들여다봤다.
■"이런 시설 우리대학이 최고"
올 3월에 문을 연 경북대 아파트형 기숙사 '향토관'이 눈에 띈다. 구경 온 부모들이 '집보다 낫다'고 할 정도로 최신 시설이다. 각 방마다 2명씩 모두 6명이 한 가구를 구성, 가족처럼 생활하는 것이 특징. 6명 중에는 외국인 학생 1명이 포함돼 있다. 거실에는 냉장고, 에어컨이 비치돼 있으며 샤워실과 화장실도 구분돼 있다. 지역별 할당제를 실시해 학생들의 거리, 성적 등을 고려해 선발한다.
대구대 기숙사에는 장애인 대학생들을 위한 시설이 특별하다. 휠체어 통행로 및 점자유도블록, 장애인 전용 화장실(비데기), 자동출입문, 복도마다 길게 늘어선 손잡이(핸드 레일) 등을 갖췄다. 지체장애 학생 지정도우미, 맹인 안내견 등도 운영되고 있어 '장애인들을 위한 러브하우스'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대구대 기숙사에는 장애인 학생 160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기숙사는 '다솜마을'로 유명하다. 고어로 '사랑'을 뜻하는 다솜은 공원 같은 분위기의 조경과 초현대식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각 방에는 인터넷 전용선과 전화기가 설치돼 있고 각 동에는 다양한 편의시설과 컴퓨터실, 농구장, 탁구장, 헬스장 등 학생들의 여가선용과 체력향상 및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시설로 채워져 있다. 관장이 신부, 수녀가 사감을 맡고 있는 것도 특징.
■"'잠자는 곳'은 옛말이죠"
캠퍼스 뒤편에 유럽의 작은 마을처럼 자리잡고 있는 계명대 기숙사인 명교생활관은 모두 2인 1실이다. 32개국 외국인 학생들이 지내고 있는 영어학숙(KELI House), 중국어학숙(Clik House), 일본어학숙(JIKU House) 외에 믿음·소망·국제학숙동(8층)은 최신식 빌라 형식. 헬스장, 탁구장, PC실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무단 외박은 벌점 3점, 늦게 들어오면 벌점 2점이다. 9점 이상이면 쫓겨나지만 주변 청소를 한다거나 무보수 봉사 등으로 퇴사를 간신히 면하는 경우도 있다.
영남대 기숙사는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기숙사 건물들이 남매 호수를 바라보고 있어 조망이 일품인데다 빨간 벽돌집은 전원주택과 흡사하다. 특히 초여름이면 햇빛이 호수위에 반짝이면서 온통 보석 천지 같은 낭만적 분위기를 낸다. 때문에 커플 티셔츠를 맞춰 입은 캠퍼스 커플들로 항상 북새통이다.
▶도정규(19·경북대 물리 및 에너지학과)=아파트형이어선지 기숙사 같지 않아요. 외국인과 함께 지내니 그들의 문화도 알게 돼 일석이조죠.
▶남태균(20·대구대 사회복지학과 1)=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불편하지 않아요. 이곳에서는 남의 도움이 필요없어 좋아요.
▶어지영(22·여·계명대 심리학과 3)=여자들만 사는 기숙사의 장점은 수다죠. 스트레스를 풀고 서로 친해지는데 수다만큼 좋은 게 없어요.
▶이자영(21·여·영남대 영문학과 2)=기숙사에서 보이는 호수 풍경이 기막힙니다. 배만 한 척 있으면 남자친구를 찾아 노를 저으련만….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