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맨발의 기봉이

입력 2006-05-18 08:39:21

중1 학생인 C군은 이번 중간고사 후로 아침마다 두통을 호소하며 학교가기를 꺼렸다. 짜증만 늘고 할 일을 잔뜩 늘어놓고 제대로 처리해내는 것이 없었다. 어머니는 아이가 사춘기라서 그렇겠지하고 이해하려고 했으나 학교 거부증이 계속 되자 학습클리닉을 찾았다.

C군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도 잘 하고 어려움이 없었다는 어머니의 보고와는 달리, 지능검사에서 전체 지능이 70 이하의 정도의 정신지체 상태였다. 상식이나 이해력, 어휘력 등을 평가하는 언어성 지능은 70 가량 되었으나, 미래형 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동작성 지능은 훨씬 낮은 점수를 보였다.

지능발달이 평균보다 낮고 정신적·신체적 장애로 인해 학교나 사회에 적응이 곤란한 상태를 정신지체(mental retardation)라고 한다. 요즘은 특수반이 있는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정신지체 판정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남을 의식해서 숨기기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받으려는 실속형 부모들이 늘고 있다. 정신지체는 지능검사와 사회적 생활능력 정도를 평가하는 사회성숙도 검사를 함께 실시한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인 엄기봉씨의 실화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이다. '백치 기봉이'는 어머니의 틀니를 사드리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하지만, 지병인 협심증의 위협과 주변 사람들의 동정과 만류로 달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기봉이는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고, 가슴 통증으로 쓰러지고, 마라톤 경기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렸다. 안타까움과 땀과 눈물로 범벅된 기봉이는 다시 일어섰고 완주해내고 만다. 기봉이가 끝까지 달린 이유는 뭘까. 모두 그를 백치라고 여겼지만 기봉이는 달리기는 누구보다 잘 했고, 달리면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을 가졌으리라. 지극한 효심 뿐 아니라 정신지체 장애인이지만 내면에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숨겨져 있었다. 지능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존적 의미를 깨닫고 각자의 자아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이다.

김성미 마음과 마음정신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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