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 멕시코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단체관광이 아닌 나 혼자만의 여행이었기에 멕시코에서의 경험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3주 남짓 멕시코시티에 머무는 동안 잠시 시내 호텔에서 투숙하다가 한 한국유학생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에 방 하나를 얻어 지냈다.
멕시코의 보통사람들은 대체로 대가족제를 유지하면서 산다고 한다. 내가 머물던 아파트가 바로 그런 집이었다. 애들이 여럿 있었고, 할머니를 비롯한 어른들도 여러 명 함께 살고 있었다. 집안 식구들 사이는 꽤 좋았다. 내가 지내던 동안 가족간에 한번도 큰 소리로 다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난 아침에 아파트를 나오면 저녁에 귀가했기 때문에 그 동안의 사정을 알 수 없지만, 아침저녁 거실에서 주인집 식구를 만났을 때 느낌이 그랬다는 말이다. 귀가 때 가끔씩 대접해 주던 주인아주머니의 차 한 잔! 결코 경제적으로 부자는 아니었지만 친절하고 인정 많던 그 가족들이 그립다.
멕시코는 300년 정도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1821년 독립했다. 300여년의 암울한 시기에 멕시코에는 원주민과 스페인 백인과의 혼혈인 메스티소(mestizo)라는 새로운 인종이 탄생하였다. 이들 메스티소가 지금 1억 남짓한 인구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멕시코는 상당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다. 엄청난 석유, 풍부한 산림, 금은을 비롯한 다량의 지하자원 등 풍요로운 국가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아주 큰 국가다. 그런데 멕시코는 많은 중남미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부강한 국가라 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빈부차가 아주 심한 나라다. 이렇게 다수 보통사람들의 생활을 힘들게 하고 또 극심한 빈부차를 가져오게 만든 주된 원인은 1910년 '멕시코혁명' 이후 권력을 독점했던 정치지도자들의 부정부패와 무능 탓이라 여겨진다.
그런데도 내가 만난 멕시코 사람들은 대부분 낙천적이고 얼굴이 밝은 편이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을 때 쉽게 인사하며 친절하고 잘 웃었다. 생활정도는 우리와 비교해 보면 꽤 낮은 편인데 이들은 우리보다 더 마음 편히 사는 것 같았다. 인구의 90% 정도가 가톨릭 신자라 그런지, 혹은 보통사람들이 어지간히 노력해서는 상층부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서 그런지, 이들은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고 또 스스로 만족하면서 사는 것 같았다.
나는 멕시코가 하루 빨리 부강한 나라로 발전하길 원한다. 그렇지만 부자나라가 되더라도 이들의 낙천적인 마음이 변치 않길 바란다.
성장환(대구교대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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