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에까지 테이프를 붙인 뒤 복면을 하고, 강탈한 돈을 담는데 마대를 이용하는 등 '신형 기법'을 동원한 전문 은행 강도범입니다."
하양농협 강남지소 공기총 강도사건 용의자 최모(42) 씨를 수사(본지 15일자 6면 보도)하고 있는 경찰의 넋두리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사건 현장에 자신의 털이 남아 DNA를 추적 당할 것에 대비, 다리와 팔은 물론 눈썹에까지 테이프를 부착하고 복면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가방에 돈을 급하게 담으면 가방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범행 현장을 빠져나올 때 이동이 불편해 시간이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마대자루를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경주 은신처에서 검거될 때 발견된 공기총과 복면, 돈을 담는 마대 등에 대해서도 최 씨는 "영천의 모 농협을 털려고 했다. 어느 은행이라도 2분 안에 범행을 끝내고 달아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씨는 지난달 6일의 하양농협 강남지소 사건 얘기만 나오면 묵비권으로 일관하며 5일째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송치시한인 오는 22일까지 최 씨의 혐의 사실을 입증해야하는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공기총과 승용차, 수표와 돈 등 물적증거를 찾지 못해 초조해 하고 있다.
강남지소 CCTV를 확인한 봉계지소 건의 공범들과 사건 당시 강남지소에 근무한 농협 직원들도 체형, 외모, 말투 등을 토대로 최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또 두 사건 모두에서 최 씨는 빨리 돈을 담을 것을 요구하며 "장난 아니다!"는 말을 유일하게 외쳤으나 강남지소건 만큼은 모르쇠로 버티고 있는 것.
수사팀 관계자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부인 면회를 주선하거나 회유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물적 증거를 없애고 이미 검거에도 대비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여 현재로선 요지부동"이라며 한숨만 쉬고 있다.
경산·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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