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매가 인생의 밑거름"…70여명 노인들 감사의 큰절

입력 2006-05-15 10:07:33

"선생님 은혜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모두들 너무 훌륭하게 성장해서 이젠 제자인 자네들에게 배울 점이 더 많은 것 같네."

13일 오후 김천 직지사 인근의 한 식당. 초로(初老)에 접어든 김천고 17회(1969년) 졸업생 70여 명이 고교 담임 3분을 초청한 가운데 술과 음식 등을 대접하며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조촐한 행사를 가졌다.

훌쩍 커버려 어느새 어른이 돼버린 제자들은 스승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큰절을 시작으로 금새 야단치며 벌을 주시던 선생님, 열심히 공부 가르치고 배웠던 일 등 마음 한 켠에 고이 담아뒀던 학창시절의 얘기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같은 자리는 21년째 계속되고 있어 더욱 주위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1986년 5월 대구에 사는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대구서 행사를 가져오다 지난해부터 동기 전체 모임에 맞춰 김천서 행사를 열면서 참석 인원도 훨씬 많아졌는 데 이날은 30여 명은 부인도 함께 참석했다.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했던 조욱연(72·독어) 씨는 "제2 외국어 성적이 진학에 중요했던 만큼 엄하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해마다 잊지않고 찾아주는 제자들이 고마울따름"이라고 시종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문경에 사는 고무림(75·국어) 씨는 "훌륭하게 성장한 제자들에게 되레 배워야할 판"이라며 제자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재민(72·수학·경산) 씨는 "20년 이상 스승을 잊지 않고 찾는 제자들은 김천고가 유일할 것"이라며 가슴뿌듯해 했다.

17회 동기회장인 김영득(57·김천시문화예술회관장) 씨는 "4개반 240명이 함께 졸업했고 모두 네분의 선생님이 1·2·3년 담임을 맡아 사제 간 정이 더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홍식(57·김천경찰서장) 씨는 "나이가 들수록 사제·동기 간 만남의 정이 더 깊어 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팝꽃 곁에 두고'란 자작 시집을 은사와 동기생들에게 선물한 민경탁(57·성주고 교사) 씨는 "선생님들에게 많이 맞기도 했지만 인생의 밑거름이 됐고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자들은 "호주로 이민간 김정연(73·영어) 선생님을 모시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아쉬움을 표정을 지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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