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교수형 각오…감옥서 시작 활동

입력 2006-05-15 10:18:16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 '이라크에 바치는 송가'라는 시를 지었고, 교수형을 당할 각오가 돼 있다고 후세인의 변호사가 밝혔다.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후세인의 변호를 맡은 레바논 여성 변호사인 부슈라 칼릴은 최근 바그다드의 감옥을 방문해 후세인 전 대통령과 나눈 5시간에 걸친 솔직한 대화 내용을 14일자 선데이 타임스에 공개했다.

대량 학살과 반인륜 범죄 혐의로 7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는 후세인 전 대통령은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라크를 변호하기 위해 법정에 선다."고 칼릴에게 밝혔다.

가족 접견조차 거부하고 있는 후세인이 유일하게 만나는 여성인 칼릴은 후세인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으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것 같다고 전했다.

후세인은 1959년 카심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쿠데타를 기획했다가 실패해 시리아로 도주한 사건을 언급하며 "압둘 카림 카심을 암살하려고 한 날 나는 이미 죽음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후세인은 기회가 있는데도 왜 피신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다시 침략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이라크에 머물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내 나라에 머무는 것이 옳다."고 결연한 태도로 말했다.

외관상 건강해 보이는 후세인은 "자주 바뀌기는 하지만, 미국인 간수들과 매우 잘 지낸다."고 말했고, 아랍어를 말하는 한 간수도 "후세인의 성격이 내가 들었던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며 후세인의 말에 수긍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재판의 세부 절차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국제정세와 문학에 대해 논하기를 더 좋아했다.

후세인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이란은 군사적 야심을 굳히게 됐으며, 미국이 이라크 분쟁에 말려 있는 동안에는 이란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고 견해를 밝혔다. 칼릴은 후세인에게 이랍의 유명한 시인 중 한 사람인 알 무타나비의 책을 선물했으며, 이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한 후세인은 자신이 쓴 시 '이라크에 바치는 송가' 를 들려줬다고 말했다.

후세인은 "전에는 시를 쓸 시간이 없었지만, 이제 시인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후세인을 수감한 비밀 감옥은 가로, 세로의 길이가 36피트(약 11m)와 16피트(약 5m) 정도 되고, 창문이 없으며, 중앙에 책상과 의자 5개가 놓여 있었다고 칼릴은 전했다. 바그다드 공항과 가까운 탓인지 감옥에서 비행기의 이·착륙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감방 양쪽 입구에 간수가 지키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다음은 후세인 전 대통령이 쓴 시 '이라크에 바치는 송가'의 전문이다.

"내 기상은 늘 굳건해 흔들리지 않으리.

그리고 내 몸 속에는 위인의 피가 흐르네.

오 이라크, 당신은 진심의 왕관을 얻었으며 혀 끝에서 당신은 시인들이 바치는 시라네.

오 이라크, 불행이 당신의 칼을 휘둘렀네. 그래서 우뚝 서서 원한을 품지 말고 힘을 합치세."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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