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 침해 뻔한데 대구시 허가 '펑펑'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 그런데 최근 햇볕을 잃어버린 학교가 늘고 있다. 학교 바로 앞까지 초고층 주상 복합건물이 잇따라 들어서 햇볕을 앗아가지만 당국은 "법대로 건축허가를 내줄 뿐"이라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26학급, 850명이 다니는 대구 달서구 본리동 덕인초교. 올 초부터 스쿨존 소방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29층짜리 주상 복합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아파트 건물과 학교 정문 사이 거리는 10m 안팎. 건물이 완공되면 아이들은 오전 시간대 그늘진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해야 한다. 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과 학부모회는 지난해 8월 이런 상황을 우려, 건축불허요청 공문을 달서구청에 전달했지만 사업 승인권을 쥔 대구시는 "법적 하자가 없다."며 신축을 최종 허가했다. 학교 위치가 상업지역 안이라 주상복합건물 건축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것.
이처럼 상업지역에 들어서는 주상 복합건물은 용적률 1천% 이내면 건물 높이나 주변 건물과의 거리에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 신축에 따른 주택의 일조권 피해를 인정하는 법원 판례가 잇따르는 것과 달리 상업지역 내 학교 일조권은 아직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인 셈.
학교 바로 옆에 42층 주상복합건물 한 동을 낀 대구 북구 침산동 침산중학교.
학교 담과 건물 사이가 1, 2m에 불과해 건물공사가 끝난 지난해 봄부터 매일 아침 운동장에 그늘이 생기고 있다. 해가 늦게 뜨면 오전 10시가 지나도록 햇볕을 쬐지 못한다.
대구 중구 경북대 사범대 부설 중·고교도 사정은 같다. 바로 뒤편에 들어선 43층 건물이 교실 전체를 가리고 있다. 교실과 아파트 사이 거리는 고작 10m 남짓. 콘크리트벽을 바로 눈앞에 마주보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동절기엔 하루 2시간 이상 햇볕을 쬐지 못한다. 중·고교 160개 교실 가운데 142개가 일조권 피해를 입고 있는 것.
학교 측은 "일조권과 조망권 피해가 뻔한데 당국에서 대책 없이 허가를 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남대 김타열(도시계획 전공) 교수는 "법에 문제없다고 해서 일조권 보호에 손을 놓고 있는 행정기관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주변건물과의 거리에 따라 용적률을 조정하거나 주변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건축 심의대상에 포함시키는 행정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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