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초빙 수업 나선 푸른 눈의 '엄마 선생님'

입력 2006-05-12 11:14:23

"쯔트라스뿌이쩨."(안녕하세요)

12일 오전 9시 50분 대구 달성군 서재리 서재 초등학교 4학년 3반 교실. 2교시 수업종이 울리고 파란 눈의 여성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학생들 눈망울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파란 눈, 오똑한 코, 흰 피부색깔의 그를 보고 신기해 하던 아이들은 이내 시선을 맨 뒷자리에 앉은 한 반 친구에게로 향했다.

아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정지마(13) 군은 으쓱해 했다. 엄마(올래네쩨바 인가·30·러시아 국적)가 교단에 오른 것.

3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 러시아에서 자란 지마와 함께 한국땅을 밟은 인가 씨. 15일 제25회 스승의 날을 맞아 아들이 다니는 이 학교가 특별 명예교사로 초빙하면서 그의 한국 학교 나들이가 이뤄졌다.

"처음엔 너무 당황했어요. 한국말이 서툰데다 1시간이나 어떻게 수업할지 막막했지요. 그런데 엄마가 선생님이 된다는 얘기에 아들이 너무 좋아하더군요. 그래서 용기를 냈지요."

1주일 동안 아이들에게 러시아에 대해 뭘 가르칠지 공부했다. 간단한 러시아 인사말, 식습관, 러시아 아이들의 학교생활, 문화, 민요 등. 삐뚤삐뚤한 한글이지만 공책에 깨알같이 적어 온 강의자료를 보며 아이들에게 미소짓는 그는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 최고였다.

"아들이 지금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지만 처음엔 반 친구들이 이상하게 본다며 힘들어 한 적이 있었어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아들 친구들이 러시아에 대해 조금이나마 친숙하게 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같은 시간 6학년 2반 교실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루 명예교사가 된 베트남인 김티느(34·여) 씨가 아이들에게 베트남을 소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베트남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탓인지 그는 금세 아이들과 친숙해졌다.

"1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의 아이들에게 베트남의 생활 모습을 소개할 수 있는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방인들에게는 피부색과 외모가 조금 다르다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가장 힘든 만큼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을 보는 거부감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 날 수업이 너무 만족스러웠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재초교 박정현 교장은 "학교가 교육인적자원부 지정 ICT 국제교류협력 연구학교로 선정되면서 지난해부터 국제 이해를 높이기 위한 1일 명예교사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학부모 중에 외국인 두 분을 초청해 우리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국제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수업을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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