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조해녕 시장님, 고생많으셨습니다

입력 2006-05-12 10:11:41

조해녕 대구시장님! 20여 일 뒤면 차기 대구시장이 새로 선출됩니다. 그러면 조시장께서는 무거운 짐을 내려 놓게되겠지요. '대구'라는 무겁디 무거운 짐 말입니다.

퇴임 후 어떤 설계를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돌이켜 보면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지하철과의 악연은 아마도 악몽일 것입니다.

대구가 지하철 빚더미에 억눌려 이 일도 저 일도 하지 못한 세월이 10년이 넘습니다. 이제와서 지하철을 놓지 말아야 했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1995년 4월 28일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와 2003년 2월 18일 중앙로 화재 참사는 또 어떻습니까?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조 시장님 재임중 일어났습니다. 대구에 사고도시라는 오명을 씌운 대형사고로 시민들이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상인동 참사는 가해자가 명확해 시민들의 분노가 대구시로 향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앙로 참사는 전동차를 서둘러 옮겨버린 대구시로 분노가 쏠렸습니다. 대구시정이 완전히 마비돼 버리는 공황상태가 되기도 했지요.

이런 사고가 시장님 탓이기야 하겠습니까만 대홍수가 나거나 큰 가뭄이 와도 부덕한 임금님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민초(民草)들의 정서이니 어쩌겠습니까?

중앙로역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과 지인들의 절규를 접하며 저도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만 시장님도 기력을 잃어버렸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렸습니다.

낙동강 프로젝트는 또 어떻습니까? 대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울처럼 큰 강을 끼고 있어야 하며, 그 방법은 바로 낙동강 프로젝트라는 큰 비전을 세우셨습니다. 하지만 4년의 임기가 끝나가지만 첫 삽도 뜨지 못했네요. 달성군 현풍면에 테크노폴리스를 건설하고, 대구경북과학연구원(DGIST)과 국립과학관을 세우고, 복합의료단지를 만드는 일 등이 낙동강 프로젝트의 일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혁신도시도 현풍에 유치했으면 하는 생각을 시장님이 가지셨죠? 2차 안전산업밸리의 입지도 현풍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천억 원이 투입되는 국립과학관 건설이 확정된 이후 김석준 한나라당 의원에게 시장님이 큰 절을 넙죽 올렸다지요. 되는 일이 없는 대구이기에 모처럼의 프로젝트가 가뭄 끝의 단비 마냥 반가웠으리라는 짐작이 갑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의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고. 자기부상열차에 탐을 내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안전산업밸리 프로젝트를 듣고 나서 자못 흥분된다고 얘기하셨다지요. 임기 시작과 함께 추진되어야 했을 이러한 일들이 이렇듯 늦게 시작돼 다음 시장님이 그 일을 어떻게 이어갈지 궁금해집니다.

시장님이 재임한 1995년과 2006년 현재 사이 11년은 대구가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지역총생산이 전국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외환 위기로 큰 기업이 모두 망해버린 터이니 당연한 결과겠지요. 서울에서 출세한 출향인이 대구에서 사윗감을 구하려고 하니 제대로 월급을 받는 총각이 없더라는 가슴 아린 얘기도 들립니다.

이제 대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 시장이 되겠다는 분들이 여러 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거다 싶은 눈에 번쩍 뜨이는 것이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대구가 마냥 지금처럼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역량들을 어떻게 결집시키고 발현하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지방선거 전이 치열한 가운데 시장님의 마지막 행보에 주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세평(世評)도 솔직히 별로 좋지 않고요.

하지만 너무도 어려운 10년 넘는 세월에서 쌓은 대구의 노하우는 매우 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가 이제 더 이상 지난 10년과 같아서는 안되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기 시장이 정해지면 그냥 훌쩍 대구를 떠나지마시고 못다한 일에 대한 해법을 가까이서 전해 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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