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식 경영의 비밀은?"
지난 14년간 디플레이션 경제로 일본이 거의 성장을 멈춘 상태에서 교토(京都)지역 기업들이 유난히 높은 성장률과 이익률을 기록하는 이변을 일으킨 것은 전통적 문화유산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킨 '교토식경영'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양준호(사진) 박사는 11일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열린 제77차 대경콜로키움에서 "▷겉으로 공격하지 않는 애매성 ▷고급지향성 ▷지역문화에 대한 긍지 ▷(젊고 개방된) 관광·학생도시적 특성 ▷안티 도쿄(東京)체제의 비판정신 등을 특징으로 하는 교토의 지역적 문화적 성격은 부정적으로 표출될 경우 ▷변화거부와 안정지향적 문화 ▷보수성 및 강한 질투심과 같은 나쁜 이미지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교토는 이런 문화적 배경을 독창성과 다양성, 개성을 존중하는 변화지향적 문화로 표출했다."고 설명했다.
교세라, 롬,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호리바제작소, 옴론, 토세, 니치콘, 일본전지, 삼코인터내셔널연구소 등 전자산업부문 10개사를 비롯한 교토기업들은 1996년 이후 일본의 대표적 전기전자 기업들이 성장을 멈추었을 때 매출을 2배 이상으로 확대했고, 2001년 IT버블 붕괴 이후 마쓰시타를 포함한 대규모 기업들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할 때도 3.4%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내 '대안적 경영모델'로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양 박사는 "휴대전화의 핵심인 세라믹필터 세계시장의 80%를 차지한 무라타제작소와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장치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호리바제작소처럼 교토의 주요기업들은 특정 핵심분야에서 세계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면서 무차입 경영과 성과주의,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경영자와 '재미있고 엉뚱하게'(호리바제작소)를 사훈으로 삼을 만큼 독창성에 대한 존중 등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즉 교토식경영은 전체주의적(동질성 요구)이고 연공서열 중심적인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과는 전혀 다른 셈이다.
양 박사는 "다소 무리하더라도 독자기술로 글로벌 틈새시장에 도전하는 도전정신과 기존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독자기업 주도의 수평분업구조 형성(중소기업 대형화·전문화), 지역클러스터의 발전방향을 명확히 한 뒤 대학과 기업 중심의 지역클러스터 육성, 개성적이고 이단아적인 기업가들이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한 지역문화의 재발견 등이 교토식경영으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대구와 유사한 전통을 갖고 있으면서 이를 글로벌화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발전시킨 교토의 모델이 지역혁신 전략 마련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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