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병에 오염되지 않은 서부 경남지역의 소나무가 마구잡이로 굴취, 반출돼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울산을 비롯, 경남 20개 시·군에서 유일하게 합천·거창·산청군 3개 지역 소나무만 재선충병에 오염되지 않아 전국의 조경업자들과 밀반출꾼들이 몰려 굴취와 반출을 일삼고 있다.
이는 재선충특별법 시행 후 타 지역에서는 소나무 반출을 엄격 통제하고 있는 반면 이들 3개 지역에서는 신고와 함께 감염 여부 확인 절차를 밟아 '생산확인표'만 발급받으면 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경용으로 생산된 반송보다는 수십~수백 년간 자란 야산이나 마을 어귀의 장송들까지 싹쓸이 반출하고 있어 자연을 훼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 들어 현재까지 굴취허가를 받아 반출한 소나무는 합천 103그루, 거창 151그루, 산청 15그루이고, 반송류(키 낮은 소나무)는 합천 3천191그루, 거창 1천700여 그루, 산청 1천650그루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부터 5일 동안 합천 묘산면 관기마을의 지킴이처럼 버티고 섰던 수령 200여 년의 노송 35그루가 조경업자들에게 팔려 나갔다. 문중이 기금 마련을 위해 군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1그루에 150만~300만 원씩 받고 팔았기 때문이다.
또 합천 대병면 유전마을, 가야면 성기마을 등 곳곳에서는 곧고 튼튼한 소나무들만 골라 조경업자들이 매집을 하기 위해 '주인 꾀기(?)'에 나서고 있다.
묘산면 류모(73) 씨는 "마을의 상징목과 다름없는 소나무를 주인이라고 마음대로 팔아버릴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소나무 반출이 금지되면서 소나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정도가 되자 허가 없이 반출하려는 소나무 밀채취꾼들도 극성이다.
4월 23일에는 거창 남하면 지산리에서 주민 몰래 12그루의 장송을 불법 굴취하던 강모(56) 씨가 경찰에 붙잡혀 입건되는 등 곳곳에서 소나무가 밤새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 사람들은 "전문꾼들은 토지대장을 발급, 주인이 외지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주인이 시킨 일이라며 수년 전부터 인부를 동원, 나무를 다듬는 등 치밀한 수법을 쓴다."면서 "굴취 때는 이장에게 인부를 구해달라고까지 한다."고 말했다.
합천군 이재호 산림자원담당은 "업자들의 꾐에 빠져 당장 돈이 된다고 수백 년간 자란 소나무를 파는 것은 농촌의 자연은 물론 정서까지 파는 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합천 거창·정광효기자 khje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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