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사운드 오브 뮤직(1995)

입력 2006-05-11 07:46:38

학습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아버지들의 양육과 교육에 대한 태도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아버지의 참여도가 성공적인 결과를 맺는데 중요한 요소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지거나 저조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일단 자녀들의 학습과정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아이의 문제는 눈에 띄게 호전되는 것을 자주 경험하였다. 지금 우리 자녀와 아버지의 관계는 안녕한 상태일까.

퇴역장교인 트랩 대령은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서 일곱 남매를 키우는 가장이다. 엄격한 생활 규칙과 정서적 표현을 제한하는 냉정한 아버지의 이면에는 행여 엄마 생각에 매달려 아이들이 유약해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지극한 부성의 사랑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무서운 표정과 명령식 말투에 아이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남매간에 다툼만 잦아져갔다.

이때 가정교사 마리아가 이들 가족에게 다가온다. 그녀는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고 인형극 놀이를 하고 야외로 마음껏 뛰어다니고, 아이들은 오랜만의 자유를 맘껏 누린다. 아이들이 생기가 돌고 밝아지자 꽁꽁 동여맨 아버지의 마음의 빗장도 열리면서 가정은 밝아지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기타를 치며 '에델바이스'를 부르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평화로왔다.

부모, 교사, 친구와의 대인관계는 아이들의 학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정내에서의 정서적인 안정감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자녀와 대화하거나 놀아주는 것을 매우 힘겨워한다. 엄마가 알아서 할 일이지 아빠가 무슨 역할을 하겠냐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한다는 것은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엄마를 동반하지 않고는 자녀들과 외출하는 것을 겁내는 아빠들도 많다. 이런 가정에서는 엄마의 역할이 한가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고, 힘겨운 엄마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강요를 하거나 방치하여 결국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 뻔한 이치다.

요즘 아버지들이 이런 문제를 자각하고 부성 역할에 대한 진지한 노력들을 많이 한다. 주말이면 아버지 학교에 등록하여 다녀보고, 자녀들과 접촉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아이와 노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손가락 인형 하나 가지고도 아이와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놀이가 된다. 책임감으로 무겁게 지낸 아빠들이 있다면,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이라도 같이 부른다면 많은 벽을 허물수 있을 것이다.

김성미 마음과 마음 정신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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