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선비정신만큼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면서도 그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대적 계승방안에 대해 질문하면 주저하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사안은 아마도 없을 듯하다. 물론 전문 학자들에 의해서 어느 정도 연구와 고찰이 이루어졌으나 그 학문적 성과를 우리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의 모색에는 등한시한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선비정신이 마치 이 시대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가치 중 하나인 것처럼 운위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 시대가 그만큼 가치관이 혼란스럽고 사회적 정의가 무너졌다는 하나의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유일한 가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선비정신을 제외하고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는 데에 우리의 현실적인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라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정상적이기 위해서는 부단한 내면적 수양을 통해 사회적 당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 주체가 선비이고 그러한 정신이 선비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대학의 팔조목을 들어 설명하자면 격물, 치지, 정심, 성의, 수신, 제가의 조목까지가 내면적 수양이요 치국과 평천하의 조목이 문제해결의 과정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선비는 내면적 수양은 물론이고 사회적 문제해결에도 언제나 관심을 두어야 한다. 그리하여 때를 만나면 내면적 수양을 바탕으로 현실에 참여하여 문제해결에 나서고 때를 만나지 못하면 내면적 수양의 과정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 경우 때의 만나고 만나지 못함에 대해 개의해서는 안 될 것이고 오로지 다가올 기회에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 언제나 미리 준비를 해두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선비정신은 조선을 지탱해 온 이념적 근간이었으면서도 그 정신을 제대로 현실에 구현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부정적으로 인식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단군 이래 처음으로 외세에 의해 망국을 경험한 백성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너무나 큰 것이어서 그 망국의 원인을 일방적으로 선비와 선비정신으로 돌리고 있다. 물론 일정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선비에도 군자유와 소인유, 그리고 진유와 가유가 있는데 소인유와 가유의 위장된 행동이 군자유와 진유의 본질조차 호도하고 말았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위장된 행동이란 다름 아닌 빙공영사와 선공후사가 그 대표적이다.
이런 부류가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바람에 선비의 표상처럼 보였을 뿐이지 군자유와 진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현실에서 밀려나 존재 자체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던 결과로 부정적 인식의 뭇매를 덤터기로 맞고 말았다. 마치 악화가 양화조차 구축해버린 셈이다. 따라서 바로 여기에 선비정신에 대한 우리들의 올바른 인식이 자리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선비와 선비정신에 대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그간의 인식을 바로잡고 오늘날에 제대로 계승하기 위해 동양대학교는 선비교육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선비와 선비정신의 올바른 인식을 심어 주고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방법을 교육하고 행동화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인성교육원이 전담하여 학생들의 내면적 수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각종 강의와 특강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교육의 핵심적 내용은 시대적인 사명감과 책임의식,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고 그 원인을 분석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건전한 비판정신, 비리에 과감하게 맞설 수 있는 저항정신을 함양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혹하고 타인에게 관대하게 하는 지조, 청빈, 청렴, 검약, 절제 및 포용력, 인간미, 선공후사, 의리정신 등의 덕목을 체득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선비와 선비정신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체득하여, 맹자의 말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을 때에는 자신의 내면적 수양에 힘쓰는 독선기신을 하고 기회를 얻었을 때에는 세상에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겸선천하의 자세를 기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비상을 정립하고 선비정신을 이 시대에 구현하는 올바른 길이 될 것이다.
최성해(崔成海) 동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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