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청 간부들이 모 도지사 예비후보를 간접 지원하기 위해 시청 직원들 모임에 나가 식사를 대접한 사건(본지 3월 22일자 4면 보도 등)과 관련, 참석자들에게 과태료 부과방침을 정한 선거관리위원회가 누구에게, 얼마를 물려야 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포항시청 공무원들은 지난 1, 2월 지역별 향우회를 열었고 고급 간부 2명이 이들 행사에 잇따라 참석해 모 도지사 출마예정자 지지를 당부하면서 모두 합쳐 149만5천 원의 밥값을 내줬다. 이후 이런 사실이 알려져 경찰, 검찰, 선관위 등의 조사를 거쳐 간부 공무원 2명은 기소돼 징역 1년씩을 구형받았다. 선관위는 이와 별도로 식사를 제공받은 이들에게 식대의 5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태료로 물리기로 원칙을 정했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선관위는 향우회 참석자가 대략 100여 명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들 중 일부는 얼굴만 내민 뒤 식사가 나오기 전에 자리를 떴다는 것. 또다른 일부는 식사시간에 임박해서 식당에 도착, 선거 얘기는 한 마디도 듣지 못한 채 밥만 먹고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선관위는 참석자들을 일일이 면접 조사해 과태료 부과대상을 60명 정도로 추려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에게 부과될 과태료 전체 규모는 5천만∼6천만 원선이 되고 부과시점은 오는 11일쯤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향우회에 참석했던 공무원들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공무원은 "국장이나 과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밥 한 그릇 살 수도 있지 않은가. 선거얘기는 들은 기억도 없고 그냥 가서 밥만 먹고 왔는데 무슨 과태료냐?"며 반발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선관위는 '일단 부과할테니 불만 있으면 이의신청으로 해결하라.'는 식인데 그렇게 막무가내로 업무를 처리해도 되는지 따져볼 문제"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향우회에 갔다가 선거관련 얘기가 간부의 입을 통해 나왔는데 듣기 싫다고 그냥 나올 수 있느냐, 아니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입을 틀어막을 수 있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이 같은 일부의 문제제기에 대해 포항북구 선관위 관계자는 "철저하게 조사해 무리한 과태료 부과는 없을 것이며, 이의신청 여부는 본인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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