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넓히는 책] 과학혁명의 구조

입력 2006-05-09 07:39:31

토마스 쿤이 1962년에 출간한 '과학혁명의 구조'는 세계 지성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현대의 고전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패러다임 개념을 제시해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패러다임이란 과학사의 특정한 시기에 어떤 특수한 과학 공동체가 세계를 보는 관점, 인식의 틀을 말하며, 주어진 영역에서의 탐구를 잠정적으로 틀지어 주고 방향을 결정하는 '모범적인 모체'를 구성하는 전형적인 도식과 법칙 또는 그 과정의 총체를 지칭한다.

과학과 지식은 일반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하는가? 정상과학의 시기에는 하나의 패러다임 하에서 연구 작업이 이루어진다. 패러다임이란 기본형, 표준형이다. 패러다임이란 말은 원래 쿤이 언어학에서 차용한 용어인데, 한 동사의 기본형에서 온갖 활용어가 파생되듯이 하나의 패러다임에서 여러 가지 과학적 인식과 모델이 생겨난다. 따라서 과학적 인식뿐만 아니라 과학적 이론, 나아가 과학자 집단의 공유된 관념과 가치관, 관습까지도 모두 그 지배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한 패러다임을 의문시하는 과학적 증거들이 누적되고 시기가 무르익으면 그 모순은 곪아터지게 된다. 이렇게 과학혁명은 정상과학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거나 새로운 것이 발견되었을 때 촉발된다. 쿤은 산소의 발견을 예로 든다. 라부아지에는 산소를 발견함으로써 그 때까지의 연소 개념을 총체적으로 전복하고 새 패러다임을 열었다.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상과학에서 누적된 성과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과학혁명은 정상과학을 연장하는 선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불연속적으로, 비약적으로, 단절적으로 일어난다. 이때 기존의 것은 철저하게 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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