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외손자가 제일 고생했지요. 모르는게 있으면 잠든 손자를 깨워서 묻곤 했으니까요. 가족들이 없었다면 공부는 엄두도 못 냈지요."
윤규수(71.경산시 중방동) 할머니에게 이번 어버이 날은 평생 잊지 못할 기념일이다. 지난 6일 발표된 고입·고졸 검정고시에서 대구 최고령 합격의 영예를 안은 것. 윤 할머니는 카네이션을 전해 준 딸과 외손자에게 합격증을 선물했다. 딸 박숙영(40) 씨는 "어머니가 어버이 날을 맞아 자식들에게 더 큰 선물을 주신 것 같다."고 목이 메었다.
윤 할머니의 학력은 일제시대 국민학교 3학년까지 다닌게 전부.
남편마저 일찍 병으로 보내고 홀로 외동 딸을 키우면서 딸은 음악 대학원까지 졸업시켰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할머니는 딸이 운영하는 피아노 학원 차량의 운전대를 잡고 있다.
할머니가 뒤늦게 배움의 문을 두드린데는 딸과 손자의 힘이 컸다. 박 씨는 "어머니가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도 94점을 받을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났다."면서 "못한 공부의 한을 풀어 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지원에 힘 입어 지난 해 경산 '우리학교' 야학에 입학했지만 공부는 쉽지 않았다. 그런 할머니에게 딸과 손자는 '과외교사'였다. "손자녀석 문제집도 풀어보고 영어는 딸에게 주로 물었어요. 귀찮을 정도로 물었지요." 시험이 코 앞에 다가왔을 때는 새벽 2, 3시까지 불을 켜 놨다. 딸 박씨는 "어머니의 대입 준비도 힘껏 돕겠다."고 활짝 웃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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