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택분양가 자율화하자

입력 2006-05-08 08:11:31

오늘날 정부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소득의 재분배를 위해 시장 경제활동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 정부의 개입은 보편화된 현상이고 역사적으로 보면 자유-개입주의 주택정책에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주택은 일반상품과는 달리 사회적인 상품이며 의식주 중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거처'의 개념이 아니다. 경제적 재화나 사회적 신분의 상징이며 사회 갈등에도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자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주택시장에 대한 공개개입의 명분과 필요성이 내재되고 있다. 즉 정부의 주택시장 개입 근거는 주택이 인간 삶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이외에도 시장기구에 의해서만으로는 주택의 수요와 배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선진국의 경우 전체 가구 수에 비해 주택재고의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거 수준은 지역별·소득계층별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후진국의 경우에는 가구수에 비해 주택의 절대수가 부족해 지역에 따라서 심각한 주택부족난이 발생하고,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은 불량화·노후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많은 국가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다른 물가상승에 비해서 더 높은 주택가격의 상승과 주택가격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대가구의 주택구입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주택가격의 상승이 크지 않다고 해도 가구의 소득에 비해 주택가격이 큰 비중을 차지함으로써 주택구입이 어려운 가구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사실상 기본적으로 주택수에 비해 실제 공급된 주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더욱이 주택의 부족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대도시 지역일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즉 주택가격의 저하, 가격의 이중구조 및 투기수요의 편재, 저소득층의 열악한 주거환경 등은 정부의 주택시장에 대한 개입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촉진법에 따라 20호 이상 주택을 건설해 공급할 경우 주택사업자는 1997년 이래 행정지도가격에 의하여 주택의 분양가를 규제받도록 되어 있다. 이에 행정지도 가격은 당초에는 주택의 규모를 불문하고 획일적으로 적용되었으나, 1982년부터는 국민주택(전용면적 85 ) 이하와 그 이상의 초과규모로 이원화하여 운영해왔다.

그러다가 1989년부터는 지역을 불문하고 획일적인 규제가 폐지되고 원가 원동제에 따른 규제로 바뀌어 시행되고 있다. 분양가 규제정책은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무주택자의 주택 취득기회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실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와는 달리 분양가 규제정책은 주택시장의 자율 조정기능을 마비시키고 주택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지원·규제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접적인 계획과 규제보다는 적절한 유인을 제공해 주거문제를 자유로운 시장 기구에 의해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류지수(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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