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 '평생 재테크'는 어떻게?

입력 2006-05-08 07:55:36

대구시 수성구 중동에 사는 박보선(45·여·가명) 씨는 지난 1994년에 든 개인연금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계약당시에는 월 5만 원씩 10년간 납입하고, 11년 거치한 뒤 5년간 매월 58만 원 정도를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 확인한 결과 월 예상 수령금액이 21만 원으로 크게 줄어 있었다. 전체 수령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2천580만 원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저금리가 고착화 되면서 개인연금의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해 생긴 일이다. 11개 은행의 지난해 개인연금신탁 평균 수익률은 정기예금보다 낮은 연 3.1%로 1996년 13.8%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일부 상품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개인연금 쇼크는 고령화와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인생 재무설계'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대변해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꾸준한 예·적금으로 목돈을 마련하고, 아파트를 옮겨 다니며 재산을 손쉽게 불려나가던 시대가 이제 막을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평생 투자시대가 도래했다

태어나서 첫 30년은 성장하고, 다음 30년간 돈을 벌어 나머지 30년의 삶을 영위해야 하는 '트리플 30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체계적인 재무설계를 바탕으로 한 재테크가 해답이다.

이 때문에 각종 펀드에 대한 관심도 최근에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고려할 경우 최소한 연 6~7%의 수익률은 기록해야 현상유지가 되는데, 현재의 정기예금 등과 같은 안정적인 수단으로는 이런 목표 달성조차 불가능하다. 다소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주식형 펀드' 등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 김희수 대구지점장은 "우리나라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서면서 주식시장이 한 단계 더 높은 질적인 변화를 보이고, 다양한 파생금융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인생재무관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간접투자·장기투자·분산투자 등 3가지 원칙에 충실하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기대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접투자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투자 위험도를 낮추면서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산·장기투자는 이른바 '올인' 투자에 비해 단기간의 수익률은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을 크게 낮추면서 안정적인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내 몸에 맞는 맞춤형 펀드를 찾는 요령

어떤 방식으로든 재테크를 할 때는 목표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투자기간과 기대수익률, 투자위험 감내 범위 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펀드를 찾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요람에서 무덤까지 투자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평생투자시대에는 연령대에 따른 투자상품 선택기준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10대 청소년기에 올바른 투자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펀드 투자로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이 일반화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아이들처럼 먼 훗날 쑥쑥 자랄 가치주와 성장주 펀드를 선택해 성인이 될 때까지 적은 돈을 꾸준히 붓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어린이 전용펀드 중에는 경제·재테크 교육 및 무료보험 가입 혜택이 서비스로 주어지는 상품이 많다.

20대는 가급적 많은 금융상품에 투자해 돈 모으는 일을 습관으로 굳혀야 한다. 공격적인 자세로 '성장형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볼만 하다. 높은 기대수익만큼 위험도가 높지만 장기·분산투자를 할 경우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30~40대가 되면 주택 마련 및 확장, 자녀교육 등으로 지출이 많아지고 노후대비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20대와는 달리 30~40대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업종 대표주나 우량주 펀드처럼 공격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좋다.

50대 이상은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자산관리를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 굳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려고 한다면 배당주 펀드나 가치주 편입 펀드와 같이 변동성이 크지 않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다달이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연금형태의 금융상품이나, 위험도가 낮은 채권형 또는 채권혼합형 펀드가 50대 이상에게는 적합하다."며 "전체 자산의 5~10%는 질병 등에 대비해 단기성 저축에 넣어두고, 현금화가 쉽지 않은 부동산 투자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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