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 선생님들과 자식들 덕분에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 과정까지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8일 발표되는 2006년 제1회 고등학교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 가운데 전국 최고령인 권춘식(77.경북 영주시 이산면)씨는 스승과 자식들에게 합격의 영광을 돌렸다.
1928년 5월생으로 팔순을 바라보는 권씨는 휴대전화는 물론 컴퓨터를 다루고 경승용차를 직접 몰고 다니는 등 젊은이 못지 않게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영주시 이산면 원리 안동 권씨 집성촌에서 태어난 권씨는 6.25 피난 때를 빼고는 고향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다.
서당에서 글공부를 가르치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5~6살때 천자문 공부를다 마치고 틈틈이 사서삼경도 공부했다.
그러나 살림이 넉넉지 못해 정규 교육과정이라곤 1943년 지금의 초등학교인 이산보통학교를 마친 게 전부다.
물려받은 논 몇 마지기를 경작하며 평범한 시골 농사꾼으로 살면서 3남3녀의 자녀들을 키워 출가시키고 4년 전에는 아내와 사별해 혼자 살고 있지만 마을에서는독거 노인이 아닌 독거 젊은이로 통한다.
몇 해 전 농사를 그만 두고 노인대학을 다니는 등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던 권 씨가 배움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사른 것은 지난해 4월.
나이는 들었지만 배우는 일에 정년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영주 YMCA 야학 교실의 문을 두드렸다.
미리 운전면허를 따 놓았던 터라 승용차로 10분 거리를 오가며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중학교 과정을 배우고 낮에는 예습과 복습을 거듭했던 권씨는 4개월 만인 지난해 8월 고입검정고시를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권씨는 곧바로 영주 청년학교로 옮겨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기 시작, 8개월 만인 지난달 고졸검정고시에 응시해 결국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정규 6년의 중,고교 과정을 단 1년 만에 끝낼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난 권씨는 "수학과 영어가 역시 어려웠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방송통신대학교에서 한문학이나 동양철학 등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를밝힌 권씨는 "배운 것을 써먹는 것이 아니라 배운대로 실천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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