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에세이] 공존의 지혜

입력 2006-05-06 09:08:23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궁금하시죠? 현재 살아있는 나무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아메리카삼나무인데, 키가 약 111m에 이른다고 합니다.

나무가 이렇게 크기 위해서는 뿌리가 상당히 깊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나무는 뿌리가 깊지 않다고 하는 군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큰 상태로 오랫동안 살아있을까요? 비밀은요, 옆에 있는 나무끼리 서로서로 뿌리가 얽혀 있다고 하는군요.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는 '공존의 지혜' 같은 거지요."

며칠 전 한 라디오 음악프로에서 DJ가 한 말이다. 아직도 '공존의 지혜'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사전적 의미로 '공존'이란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한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서로를 도와 흔들림 없는 큰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이 '함께 존재한다'는 말은 우리 전통의 정신적 유산인 공동체 의식과 일맥상통하는 말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우리 아이, 우리 어머니, 우리 나라, 우리 학생 등의 표현들은 서구의 나의 아이, 나의 어머니라는 표현들과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다르게 표현되는 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 아이가 아니라, 나의 아이인데도 '우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나의 아이, 너의 아이 구분 없이 그저 우리의 아이인 것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우리의 의식 바탕에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서구화로 자본주의가 유입되고 그로인해 이기주의와 상업주의가 팽배해지고 우리 사회는 빠른 시간 안에 극심한 경쟁사회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도우는 공동체의식 대신에 다른 사람들을 누르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경쟁의식이 지배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경쟁에서 뒤진, 그래서 절대적으로 빈곤할 수밖에 없는 가정들이 있고, 절대적 빈곤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 중 마땅히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난 때문에 버려진 아이들, 학대받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나라 아동 10명 중 1명이 밥을 굶고 있으며, 이들은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학대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사회적 관심이 커져가고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하면서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제도가 있기 전에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동을 위한 복지제도가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가 나의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나아야 한다는 생각 대신, 우리의 아이들이 모두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의식 바탕에 자리 잡고 있는 공동체 의식을 깨울 수 있는 실천 방안들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공동체 의식은 가족이 가족을 돕는 지역사회를 만들게 할 것이다. 아동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을 돕는 것이다. 최선의 아동복지는 가족 복지가 되는 것이다.

큰 나무, 보잘것 없는 작은 나무, 병든 나무 모두가 모여 비바람이 불어도 흔들림 없는 큰 하나의 숲을 만들 수 있는 지혜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서로 도우며 공존할 수 있도록 '공존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큰 유산이 될 것이다.

오미형(경운대 아동·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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