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대위 '살신성인' 참사 막은 듯

입력 2006-05-05 18:21:38

"나도 언젠가 블랙이글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많다. 막상 제안이 왔을 때는 축구를 하다 다리가 부러진 상태라 절망적이었다."

5일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발생한 블랙이글 소속 A-37기 추락사고로 숨진 고(故) 김도현(33.공사44기.소령진급예정) 대위가 생전 블랙이글을 취재한 한 작가에게 남긴 말이다.

그는 이어 "5∼6개월간 비행도 못했지만 블랙이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하지만 블랙이글팀은 나를 기다려줬고 그 간의 정신적 방랑을 끝내고 인생의 전화위복을 맞게 됐다."고 했다.

이날 사고가 대규모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여러가지 정황상 김 대위의 희생정신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대위가 탄 항공기는 고도 400m 상공에서 곡예비행을 하다 상승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지상 활주로에 추락했다.

블랙이글의 에어쇼를 보기 위해 1천300여명의 시민들이 불과 1.8㎞ 떨어진 곳에 운집해 있었고 당시 사고항공기의 속도와 좌우로 뒤트는 곡예비행을 감안하면 항공기가 어디로 추락할 지는 전혀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해 봐야겠지만 비록 저고도이기는 했지만 김 대위가 위기의 순간에도 탈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흔들리는 기체 속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공군 관계자는 "기체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곡예비행을 하고 있던 터라 비상탈출을 했을 경우 기체가 관람석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추락을 포함한 통제불능 상태에서는 즉각 탈출하는 것이 공군 조종사들의 기본원칙이란 점을 감안하면 김 대위가 사고 직전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높다.

동료들에 따르면 작년 2월 블랙이글에 배속된 김 대위는 '비행은 항상 겸손하게'라는 신조로 전투 조종사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5번이나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 광인 그는 블랙이글에서 힘찬 기동을 선보일 수 있도록 훈련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영결식은 8일 오후 3시 8전투비행단에서 거행되며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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