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파킨슨씨병

입력 2006-05-04 11:18:45

지난 2003년 96세로 타계한 미국 배우 캐서린 헵번은 아카데미 사상 가장 많은 4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명배우였다. 큰 키에 우아한 미소,지성미가 넘쳤던 그녀는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로 만인의 연인 오드리 헵번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서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탁월한 연기로 팬들을 사로잡았으며, 87세의 고령에 연극 무대에도 섰던 열정적인 배우였다. 그러나 화려한 명성 뒤에는 오랫동안 파킨슨씨병과 처절하게 싸워온 고독한 영혼이 있었다.

○…파킨슨씨병은 1817년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학계에 처음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그동안은 유전자 손상과 중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결핍 등에 의한 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손발과 얼굴이 떨리고 몸이 굳어지며 얼굴 표정도 없어지는 증세를 보인다. 음식을 먹거나 말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심하면 일상적인 동작도 불가능해진다. 치매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1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한다.

○…세계적 유명인사 중 파킨슨씨병 환자들이 적지 않다."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기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도 이 병으로 투병중이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파킨슨씨병을 앓았다.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화'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이클 J 폭스 처럼 30대의 젊은 나이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이 안돼 효과적인 치료제 및 진단 시약 개발이 미흡했던 이 질병이 곧 한국인에 의해 정복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종경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파킨슨씨병 유발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파킨슨씨병 원인 유전자인 파킨(Parkin)과 핑크 1(Pink 1)이 손상된 초파리를 이용해 파킨이 손상될 경우 세포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돼 결국 세포가 사멸하는 과정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성과는'네이처' 온라인판에도 실렸다. 한국과학의 성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쾌거이다. 정 교수팀은 "파킨의 작용을 이용하면 부작용없이 근치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의 환자들에게 더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생애 4번째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영화 '황금 연못'에서 간간이 얼굴을 떨며 명연기를 펼치던 캐서린 헵번이 새삼 그립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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