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배비장전' 中서 '한류 열풍'

입력 2006-05-04 07:15:00

지난달 29일 대구시립극단의 전통해학극 '배비장전' 공연이 열린 중국 상하이화동사범대 대극장. 800여 석의 좌석을 가득 메운 교민과 주재원, 유학생 등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박수와 웃음을 터뜨리며 극에 몰입해 있었다.

고국에서 멀리 떠나 있기에, 더욱이 한국의 공연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공연장을 찾은 교민들은 어느 때보다 벅찬 감동으로 배우들과 호흡했다.

상하이에 거주한 지 7년이 됐다는 김금덕(39·여) 씨는 "한류 열풍이 중국에 거세게 불면서 한국의 가수, 연예인 등이 중국을 찾아 공연을 펼치지만 그 대상은 대부분 중국의 현지인들에게만 모아져 교민들은 오히려 소외감을 느낀다."며 "이번 공연은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교민들은 특히 TV나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국을 이해하는 아이들이 실제로 이런 공연을 봄으로써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게 되고, 이를 계기로 고국에 대한 마음과 사랑을 더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실제 배비장전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올려진 연극 '흥부와 놀부'는 상하이 한국학교 학생들이 직접 꾸며 교민 자녀들이 가슴에 담아두었던 열정과 끼를 분출하고 한국 문화를 경험해보는 자리가 됐다.

김은아(43·여) 상하이 한국인 학교 교사는 "공개 모집을 통해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며 "처음 갖는 무대였던 만큼 아이들은 자부심을 느끼며 연습기간 내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이번 시립극단의 공연에는 '떳다 김샘'으로 잘 알려진 대구출신 개그맨 김홍식 씨가 함께 무대를 만들면서 웃음을 자아냈고 교민들은 간식거리 등을 준비해와 함께 나눠 먹으면서 정감을 나누기도 했다.

대구시립극단은 30일 쑤저우 대학 본부 대강당에서 한차례 더 공연을 가짐으로써 쑤저우에서 열린 한국 공연물의 최초 상연이라는 기록도 새겼다.

이번 시립극단의 공연 수익금 전액은 상하이 한국학교 건립에 보태져 의미를 더했고, 시립극단은 상하이 전영집단공사와 예술단체의 대구-상하이 교류를 확대키로 함으로써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만들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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