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대구 약령시(藥令市)는 전통과 명성이 깊고 높다. 조선조 효종 9년인 1658년 경상감영 내에 개장돼 오늘에 이르며, 남성로에 둥지를 튼 뒤 오랜 세월 동안 국내 제일의 약재시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중국'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 한약재를 공급하는 한약 물류 유통의 거점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이 골목에는 지금도 수백 개의 한방 관련 업소들이 밀집해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서울 경동시장 등에 밀려 점차 위축의 길을 면하지 못해 왔으며, 약령시 전시관'약재 도매시장 등을 새로 건립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꿈꿔 오기도 했다. 2004년 연말에는 특구로 지정돼 생산 공장이 가능해졌고, 도매업소 관리 약사 배치 규제 완화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받게도 됐다. 그럼에도 명실상부한 상권 회복 등 획기적인 재도약이 아쉬운 대목이며, 옛 명성 되찾기는 관'민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한방 웰빙 로드 2006'을 주제로 한 '약령시 한방문화축제'가 오늘 개막됐다. 대구 약전골목 일원에서 개장 349주년을 기념해 7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이번 축제는 건강 증진 체험 프로그램들이 한층 풍성해졌으며, '찾고 싶은 거리' '기억하고 싶은 거리' '머물고 싶은 거리' '꿈을 만드는 거리'로 구분해 특색 있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해 관심을 모은다.
○…사단법인 약령시 보존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의 오후 3시 개막 때는 영화 '왕의 남자'에 줄타기 대역으로 출연한 권원태 씨가 고난도 줄타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 직후에는 '정성탕'이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되는가 하면, 청년 허준 선발대회, 전승기예 한약재 썰기 경연대회, 한방음식전, 한방떡과 송편 만들기 등 풍성한 행사들이 베풀어지고, 외국인 전통 혼례 체험 등은 이채를 띠기도 한다.
○…약령시의 활성화는 고품질 한약재 유통을 겨냥한 브랜드의 우위 확보가 우선돼야 할 관건이다. 그러려면 자체 노력은 물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 학계'연구단체와의 협력 체제 구축이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점차 외국인 여행객들의 관광 코스로 뜨기도 하지만, 찾고 기억하며 머물고 싶도록 '매력'과 '견인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번 축제는 그런 재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尹 지지율 46% 나와…2030 지지율도 40%대 ↑"
박수현 "카톡 검열이 국민 겁박? 음주단속은 일상생활 검열인가"
'카톡 검열' 논란 일파만파…학자들도 일제히 질타
이재명 "가짜뉴스 유포하다 문제 제기하니 반격…민주주의의 적"
"나훈아 78세, 비열한 노인"…문화평론가 김갑수, 작심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