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에 제비가 스무 마리 정도 날아들었다고 난리법석이 났다. 서울시가 관리대상 동물로 지정한 후 6년만에 목빠지게 기다리던 제비가 나타났다고, 청계천 생태계 회복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알고보니 제비가 노니는 데가 청계천과는 무관한 곳이라는 지적이 나와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번 해프닝은 제비 보기가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말해준다. 흙집·나무집이 사라지고 수십층짜리 콘크리트집들만 빽빽이 들어차니 제비들이 제 둥우리 한 칸조차 짓기 힘든 여기에 뭣하러 수천리를 죽을 둥 살 둥 날아올까. 어쩌면 제비나라에서 이런 소문이 퍼진 건 아닐까. "한국 가면 노숙해야 돼"라고.
지난 1990년대초만 해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제비다. 매년 삼월 삼짇날 무렵이면 "지지배배" 명랑한 인삿말과 함께 찾아와 국화향 그윽한 중양절 즈음 강남으로 떠나곤 했던 제비. 아지랭이꽃 눈이 새큼거리도록 아롱대던 봄날, 온 사위가 나른한 가운데 쉴새없이 날갯짓하며 오가던 부모제비들이 생각난다. 윤기나는 날개,'물찬 제비'라는 말처럼 날렵한 생김새 탓에 인간들로부터 '제비족'이라는 억울한 별명까지 덤티기 썼지만 실제로는 영 딴판이다. 처마밑 둥우리 속에서 합창하듯 왼종일 입만 짝짝 벌리는 먹보 새끼들에게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 안간힘 쓰는 모습은 자식 키우느라 뼛골 빠지는 우리네 부모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게 애써 키워도 종내엔 미련없이 부모곁을 떠나버리고,제 식구·제 자식만 챙길 줄 아니 사람이나 짐승이나 부모 노릇이란게 참 어렵고도 쓸쓸한 길인가 보다. 게다가 컴퓨터 시대의 또다른 자화상이라고냐 할까,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네티즌의 39%가 부모보다 인터넷 일촌이 더 친숙하다고 답해 씁쓸함을 금치 못하게 한다.
며칠 후면 어버이날. 미국인들의 조크 중에 "10개월 동안 악을 쓰며 나오려고 하고, 한평생 악을 써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 그곳은 바로 어머니의 뱃 속"이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있다. 어머니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그리움을 말해준다. 제비가 흔했던 그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현상이다. 여하튼 올해 어버이날에도 부모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복 많은 사람인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