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조영린
그대에게 다가서는 게
죄인 줄 알면서
그냥 확 -
성냥불을 긋고 말았어요
사랑은 맹목의
불립문자(不立文字)라나요
앙다문 이빨 사이로
신음소리가 절로 나네요
자꾸만 내 몸을 간질거리는
그대 손길 따라
초록 비늘이 돋아나고
이글거리는 그대 눈빛은
탕, 탕, 탕 내 심장에
플래쉬를 터뜨리네요
무덤이면서 요람인 자궁을
비우고 또 채우는
삶의 얽힘과 풀림의 환유(換喩)
변화무쌍하게 당신은
나를 또 모자이크해 가네요
오늘밤은 당신의 향에 취해
농익은 포도주 빛으로 익어 가네요
봄은 사랑처럼 다가옵니다. 문득 다가온 사랑이 가슴에 '그냥 확/ 성냥불을 긋'듯이 그렇게 찾아온 '봄'(그대)입니다. 이제 '봄'이 '땅'(나)과 만나 맨몸으로 엉켜 있습니다. 그 육적(肉的)인 사랑으로 여성이자 뭇 생명의 어머니인 땅의 몸에는 '초록 비늘이 돋아'납니다. 그뿐 아닙니다. '이글거리는 그대 눈빛'으로 '탕, 탕, 탕 내 심장에/ 플래쉬를 터뜨리는' 것입니다.
봄과 땅의 사랑 행위는 죽음과 삶이 함께 내재하는 '자궁'을 끊임없이 '비우고 또 채'웁니다. 그 식을 줄 모르는 사랑으로 이 강산의 생명성이 달콤하고도 향기롭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구석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