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2월 8일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제창하면서 세계 각국은 앞다퉈 원전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원전 개발붐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우리나라 역시 이 때부터 원전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79년 미국 드리마일 아일랜드(TMI) 원전 사고와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원자력은 침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세계 각국은 원자력의 대안으로 태양에너지와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개발에 눈을 돌렸다. 자연에 존재하는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재생에너지의 개발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당초의 예상과는 상당히 빗나갔다. 결국 기술개발의 한계와 경제성 문제로 인해 재생에너지는 보조에너지원의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굳어졌다.
이러한 와중에 고유가의 장기화 추세와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급격한 에너지 수요증가, 그리고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상징되는 자원 패권주의 경향으로 인해 세계는 다시 전력공급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갖춘 원자력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30년간 중단됐던 원전 건설을 오는 2010년까지 재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 미국 부시 대통령은 올해 국정연설에서도 "미국은 석유에 중독되어 있다."는 강한 표현을 써가며 원전 건설 재개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원자력발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온 유럽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한동안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지난해 말 원전 건설을 재개할 때가 됐다며 원전 추진 계획을 암시했고, 유럽의 반(反) 원전 정책을 주도해 온 독일에서도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사태 이후 원자력을 계속 이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핀란드와 프랑스는 이미 제3세대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도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9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2020년까지 무려 40여 기를, 14기를 가동 중인 인도는 9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0기 이상의 원전이 새로 가동되면서 가동 원전 수가 500기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야흐로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 르네상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원자력 르네상스는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가 대단히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제3의 오일쇼크에 대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국제 유가는 사상 최초로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상태다. 이런 추세라면 유가 100달러 시대가 더 이상 잠꼬대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고유가의 타격이 큰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세계 4대 원유수입국으로 한 해 원유 도입량이 8억 배럴에 이른다. 지난해 원유수입에 쓴 돈만 667억 달러로 반도체와 자동차를 합친 수출액 595억 달러보다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경상수지가 80억 달러씩 악화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고유가의 파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승용차 10부제와 냉난방 온도 제한 등 에너지 절약 시책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너지 절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역시 근본적인 대책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에너지의 개발에는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량의 에너지를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새롭고 획기적인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입증된 기술에너지인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적정한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차선책이라 할 수 있다. 원자력 르네상스의 도래는 바로 세계가 고유가의 현실적 극복 방안으로 원자력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인 것이다.
김형준 한국수력원자력 선임연구원
댓글 많은 뉴스
"尹 지지율 46% 나와…2030 지지율도 40%대 ↑"
박수현 "카톡 검열이 국민 겁박? 음주단속은 일상생활 검열인가"
'카톡 검열' 논란 일파만파…학자들도 일제히 질타
이재명 "가짜뉴스 유포하다 문제 제기하니 반격…민주주의의 적"
"나훈아 78세, 비열한 노인"…문화평론가 김갑수, 작심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