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공세에 참소주 점유율 '하락'

입력 2006-05-02 10:17:48

직장인 박모(40) 씨는 얼마 전 서울에 출장갔다가 본사 직원들과 가진 저녁 회식자리에서 소주 때문에 핀잔(?)을 들었다. 본사 동료들이 주문한 술 이름을 듣고 "그게 뭐냐?"고 물었다가 도리어 "유행을 모른다."며 타박을 준 것. 이날 박 씨가 마신 소주는 두산이 내놓은 '처음처럼'. 동료들은 이 소주가 현재 서울에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고 덧붙였다.

두산주류의 신제품 '처음처럼'은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숙취 해소에 좋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두산 측은 출시 17일 만에 누적 판매량 1천만 병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역대 신제품 소주 중 가장 빠른 판매속도라는 것. 아직 경쟁제품인 진로의 '참이슬'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전 제품인 '산'에 비해서는 가히 폭발적인 인기인 셈이다.

'처음처럼'이 지역 소주시장에도 균열을 몰고 올 조짐이다. 지역 소주시장의 절대강자인 금복주 '참소주'도 소매점에서 판매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금복주 관계자는 "참소주의 지역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95%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지역 도매상 대부분이 금복주와 진로 제품만 취급하는데다, 지역 유통업체들도 아직 두산 '처음처럼'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현재로선 전국 매입망을 가진 대형 소매점을 통해 구매할 수 있을 뿐이다.

이처럼 공급망이 역부족인 상황에도 '처음처럼'이 가져오는 소주시장 변화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전체 소주시장이 웰빙 열풍 때문에 와인에 밀려 다소 줄어드는 추세에서 '처음처럼'의 매출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마트 대구 5개점의 경우, 올 들어 4월말까지 소주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4% 역신장했다. 이런 와중에 금복주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86%에서 올해 83%로 줄었다. 참이슬 역시 작년 12%에서 올해 10%로 떨어졌다. 하지만 작년까지만해도 판매량 집계조차 어렵던 두산 제품의 경우 '처음처럼'이 출시된 이후 점유율이 1.2%로 껑충 뛰었다. 홈플러스 상황도 비슷하다. 대구권 모 점포의 경우 지난해 2,3월 기준 금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88.6%였지만 올해는 84.6%로 줄었다. 지난해 매출이 전무했던 두산 제품은 올해 0.9%의 점유율을 보이며 크게 늘었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 두산이 지역 소주시장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객들은 다만 입소문으로 '처음처럼'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 도매상 취급 물량이 늘어나고, 지역 유통업체들도 '처음처럼'을 판매한다면 점유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백화점의 경우, 전체 주류에서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4월까지 12%에서 올해 같은 기간 11.2%로 떨어졌다. 아직 두산 제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지만 금복주 매출에선 변화가 포착된다. 작년까지 참소주 품목(360㎖, 640㎖, 1.8ℓ)이 차지하는 비율이 71%였고 동일 품목의 참이슬이 20%였는데, 올해는 참소주 70%, 참이슬 21%로 나타났다.

대구시내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하는 조모(45) 씨는 "아직 대부분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처음처럼'을 팔지 않기 때문에 판매 비중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들어 '처음처럼'을 파느냐고 묻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예년 같으면 고객이 딱히 주문하지 않아도 당연히 참소주를 내놓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어떤 소주를 드릴지 묻게 된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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