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천연가스 국유화 발표

입력 2006-05-02 09:56:24

"외국 회사의 약탈은 끝이 났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1일 자국 정부가 국내 천연가스 및 석유산업에 대해 절대적인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자원 국유화 포고령을 전격 발표하면서 이같이 선언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노동절 휴일인 이날 볼리비아 남부 산 알베르토 천연가스 지대를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 외국 에너지 회사들에 판매 및 산업화를 위한 생산품을볼리비아 국영에너지사(YPFB)로 보낼 것을 명령하면서 포고령을 거부할 경우 6개월이내 볼리비아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볼리비아는 천연자원에 대해 절대적인 통제권을 회복하기를기다려왔으며 역사적인 날이 왔다"면서 작년 기준 하루 1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생산한 외국 다국적 회사들은 생산 지분의 단 18%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모두 YPFB에넘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에서 활동 중인 주요 회사는 브라질 국영 에너지사인 페트로브라스(Pet robras)를 비롯해 미국 에너지기업 엑손모빌, 스페인-아르헨티나 합작사인 렙솔 YPF, 영국의 브리티시 가스(BG) 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프랑스 토탈사 등이다.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이 국유화 선언을 한 직후 볼리비아군 병사가 천연가스 생산 시설 정상부에 볼리비아 국기를 올려 통제권이 볼리비아 국가로 넘어왔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또한 볼리비아군은 포고령 발표에 뒤이어 곧바로 공병대를 투입시켜 국내 유전및 천연가스 지대의 통제권을 접수했다고 군 수뇌부가 밝혔다.

군 성명은 이번 조치가 외국 석유회사들과 "평등과 정의의 관점에 따른 협상을담고 있는 현명한 국유화"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에너지 자원 국유화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정부의 유정통제권 국가환수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은 국영 YPFB가 국내 에너지 산업의 생산 및 판매, 가격책정까지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진정한 국유화'가 볼리비아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볼리비아의 '애국자들'이 이번 국유화 조치에 반대해 저항할 수 있는 외국 회사에 맞서 궐기할 것을 촉구했다.

포고문은 볼리비아 정부가 탄화수소 에너지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회복하고 완전하고도 절대적인 통제권을 행사토록 명시했다. 이는 볼리비아 정부가 자원을 소유하고 판매를 책임지면서 외국 회사는 단순한 운영자로 '강등'시킴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볼리비아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외국계 회사들은 성급한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엑손모빌 관계자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발언을 검토 중이며 볼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관과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 업계를 대표하는 미국 석유연구소는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불투명성이 증가하고 미국에서에너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스페인 외무부가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발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힌 가운데 렙솔과 토탈사측도 상황 파악을 위한 긴급 지시를 내리는 등긴박하게 움직였다.

또한 페트로브라스는 볼리비아에서 철수하는 문제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해 12월 당선된 사회주의 성향의 모랄레스 대통령은 그동안 모든 핵심 산업의 국유화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그는 자원 국유화가 외국 회사 자산의 몰수나 강제수용을 포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볼리비아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남미 두번째 규모인 48조7천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1990년대 볼리비아 에너지 민영화 이후 외국기업의투자액은 30억달러가 넘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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