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초등 3학년, 5학년 남매를 둔 엄마입니다. 학원을 너무 많이 다니게 하고 엄마가 짜 놓은 프로그램을 무조건 따라오게만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생활이 수동적인 편입니다. 여가 시간에 부모와 대화할 생각은 않고 밤낮없이 컴퓨터만 하려고 합니다. 5월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뭔가를 좀 해 주고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도움을 청합니다.
답; '자연을 보라, 자연이 가리키는 바를 따라가라. 자연은 가장 훌륭한 교사'라는 선언으로 아이들을 구해낸 루소, 근대 교육학의 뼈대를 세운 빈민 아동의 교사 페스탈로치, 놀이 교재를 고안해 내고 최초의 유치원 '킨데르가르텐'을 세운 프뢰벨에 이어 스웨덴의 교육 운동가 엘렌 케이는 '20세기는 아동의 세기'라고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의 문턱을 넘어선 지금도 아동 교육은 아직 미개척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어른의 탐욕과 무지 때문에 더욱 절망적입니다. '어린이는 게으르고 무능하며 백지여서 어른이 지도하고 뭔가를 그려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발적이고 독립심이 강합니다. 몬테소리는 "어린이에 대한 독재만큼 세계 전반에 걸친 큰 사회적 문젯거리는 없을 것이다. 어떤 노예나 노동자도 어린이만큼 무한한 순종을 요구당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은 수백 년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이제 어린이들 편에서 생각할 때가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시인들의 시간관념은 대부분 경우 톱니바퀴의 회전이 만들어 내는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시간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태양과 달, 별이 만들어 내는 자연적인 우주의 시간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산업사회 이전 단계에 사는 사람들은 계절의 순환, 일출, 일몰 등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러나 도시인들은 해와 달, 별의 움직임을 보지 않고 톱니바퀴가 만들어 내는 인공적인 시간에 의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도시인들은 이제 교외로 나가지 않으면 계절의 변화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한 때 우리의 꿈과 동경의 대상이던 별을 이제 도시 아이들은 잘 볼 수가 없습니다. 큰 건물들 사이사이에서 반짝이는 대형 네온사인이 밤하늘의 별을 대신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 인위적인 불빛을 보며 밤길의 방향을 잡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북두칠성을 찾을 수 없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밤이고 낮이고 시간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게 되는 것입니다.
도시 생활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은 무엇이며, 잃어버린 것은 무엇입니까? 빌딩의 숲에 가려 황혼녘의 불타는 노을을 볼 수 없는 아이들, 별을 보며 대자연의 신비와 경이감을 맛보지 못하는 아이들, 모든 즐거움을 돈으로만 얻으려고 하는 아이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자연을 느끼고 사랑하는 아이들은 동년배와 이름 모를 동식물과 즐겨 어울리며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어린이의 참모습은 어떠해야 하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바로 생활 주변에서 찾아야 합니다. 멀리 서양 이론을 끌어 올 필요가 없습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쓴 '어린이 예찬'의 한 대목을 읽어보면 모든 답이 나옵니다.
'마른 잔디에 새 풀이 나고, 나뭇가지에 새움이 돋는다고 제일 먼저 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봄이 왔다고 종달새와 함께 노래하는 이도 어린이고, 꽃이 피었다고 나비와 함께 춤을 추는 이도 어린이다. 별을 보고 좋아하고, 달을 보고 노래하는 것도 어린이요…. 자비와 평등과 박애와 환희와 행복과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만 한없이 많이 가지고 사는 이가 어린이다. 어린이의 살림, 그것 그대로가 하늘의 뜰이다. 우리에게 주는 하늘의 계시다.'
가정의 달이자 계절의 여왕인 5월을 맞아 우리 모두는 단 하루만이라도 정말 어린이 편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5월의 싱그러운 자연 속으로 나가보면 많은 문제들이 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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