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오늘도 근무중'

입력 2006-05-01 10:10:10

…지역 50만명 추산

모든 봉급 생활자들의 잣치날인 1일.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잔칫집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똑같은 일을, 똑같은 시간에 해도 정규직과는 월급봉투 두께가 다르다. '비정규직'이란 명찰 탓이다.

성서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만 6년간 일해 온 박모(30) 씨. 그는 올 초 비정규직을 벗어나 보겠다며 파견업체를 통해 대구시내 한 전자회사에 취업했다. 입사 때 정규직과 차별없다는 구두 약속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한달 후 박 씨가 받은 월급은 정규직보다 20만 원이 적었다. 수당이 빠진 것. 박 씨의 항의에 "비정규직에 차별을 줘야 정규직의 장점이 살지 않겠느냐."라는 회사측 대답이었다. 파견근로자는 사측과 고용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구두로 약속했던 박 씨도 항의할 수 없었다.

성서공단의 한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는 "쉬는 시간에 회사건물 주변청소나 식당 김장담그기까지 강요받는다."고 하소연했다.

110만여 명의 대구·경북지역 봉급생활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50여만 명(노동청 추산 33만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노동계는 집계했다.

◆비정규직 왜 생기나

현행법은 제조업체가 파견 업체를 통한 근로자 채용을 금지하지만 이를 지키는 회사는 드물다.

최근 대구 산업구조의 변화로 성서공단엔 전기·전자부품 제조업체들이 대거 입주하고 업종상 섬세한 여성근로자의 수요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급속히 느는 추세다. 정규직 임금의 3분의 2 정도만 주는 '파견 근로자'들을 선호, 생산라인을 앞다퉈 이들로 대체시키고 있다.

이 곳 근로자들은 "현실을 잘 모르는 20~25세 여성 근로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 센 노동강도로 일을 시킨 뒤 근로자가 지쳐 나가면 또 다른 근로자들을 채용한다."고 지적했다.

파견업체와 원청업체가 맺는 고용 계약서의 내용을 일하는 당사자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법파견은 큰 폐해를 던지고 있다. 파견근로자들은 "일만 하고 산재보험·고용보험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등 다치거나 해고되면 치료비는 물론,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성서공단노조 임복남 상담부장은"2년 후에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의무규정을 둔다지만 사용자들은 1년 후 퇴직금을 주기 싫어 대부분 7, 8개월 뒤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보내는 게 현실"이라 지적했다.

한편 정규직 근로자 상당수가 1일 휴무지만 비정규직은 노동절은 물론, 주말과 휴일에도 꼬박 일해야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예외다.

일부는 거리로 나왔다. 민주노총대구본부는 1일 오후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지역노동자들은 노동 3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정부대책을 촉구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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