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야? 스포츠센터야?"…등·하교 '아슬아슬'

입력 2006-05-01 09:58:24

지난 달 26일 오전 10시 대구 수성구 상동 수성초교. 이 학교 2학년 현호(8)는 친구와 교실 복도에서 장난 치며 밖으로 뛰어나오다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학교내 수영장 주차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승용차 때문이었다.

차는 '끽'하는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고, 다행히 현호 앞에서 멈춰섰다. 차량 운전자는 버럭 화를 냈고 놀란 현호는 울음보를 터뜨렸다.

학교 셔틀버스 기사 김모(40) 씨는 "이런 아슬아슬한 장면이 하루에 한 두번은 꼭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낮 12시 30분 대구 동구 방촌동 동촌초등학교.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이날 하굣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우산을 들고 자녀를 마중 나온 학부모와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은 학교 안길 양쪽에 주차해둔 차량과 밖으로 나가는 차량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위험한 순간은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모두 나갈 때까지 계속됐다.

수영장이 있는 학교는 외부 수강생들이 타고온 차로 교내가 뒤덮이고, 상당수 다른 학교도 교실 앞까지 들어찬 교직원들 차량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수영장 주차장을 학교 안에 만들어 놓아 아이들이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학교가 수영장 이용객을 위한 공간인지, 학생을 위한 곳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학교에 수영장이 생긴 것은 지난 1996년. 교육인적자원부의 현대화 재개발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였다. 대구 경우, 2002년 동촌초교와 대봉초교에 수영장이 들어섰고 지난해엔 수성초교에 수영장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학교측은 수영장 운영의 한계로 운영권을 외부 민간단체에 위탁, 수익사업으로 전환하면서 학교는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현재 수영장 수강생은 동촌초교가 월 800여 명, 수성초교는 월 500여 명 등으로 폭증했지만 교내 주차장은 동촌초교가 60대, 수성초교는 24대 뿐. 교내 구석구석에 수강생 차량들로 넘쳐나고 있는 것. 특히 등·하교 시간대에는 차량이 쏟아진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공간이 없다고 집에 오면 투정한다."며 "학교만큼은 아이들이 편하게 공부하도록 차량이 들어올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동촌초교 김정자 교장은 "충분한 주차공간을 따로 마련하거나 아이들 등·하교 시간대만큼은 수영강습을 없애도록 업체 측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