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없는 들꽃들이 저마다 다른 빛깔의 꽃가루를 만들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씨앗을 보라. 목숨은 역사 이전의 다른 별까지 날아간다. 지구가 사라진 뒤의 낯선 천체 위에서 꽃들은 바람도 없이 온몸을 흔들고 있을 것이다. 불멸의 언어처럼 여린 몸짓으로 인류를 추억할 것이다'(야생의 꽃)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부산 고신대 의대 교수로 정년 퇴임을 한 허만하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야생의 꽃'(솔출판사)을 냈다. 일흔넷의 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시원(始源)의 상상력'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시세계를 펼쳐보인다.
'야생의 꽃'은 수많은 자연 은유와 상징을 담고 있다. 자연과 결부해 거의 동일한 주제들을 다른 높이와 다른 시선에서 변주하고 있다. 그가 끄집어내고 있는 시어들은 단단하다. 삶 깊은 곳에서 완성된 언어가 시인의 시선을 통해 정교하게 짜인 구조로 되살아난다.
그의 시는 빈틈이 없다. 관망하듯 바라보는 사물은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지만 그 흐름 속에 놓칠 수 없는 뿌리깊은 기둥이 서있다. 미디어와 인터넷, 속도로 무장된 문학의 한 귀퉁이에 허만하의 '야생의 꽃'은 자신의 삶을 놓지 않는 집념처럼 문학의 원형으로 자리 잡는다.
신경림 시인은 "그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적 통찰과 사유의 축적으로 세상의 어떤 존재도 놓치지 않는다"며 "그러나 시인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에 바탕을 이루고 있는 본질"이라고 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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