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약 4천억원의 손실을 회사에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배임)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구속 여부가 28일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이종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정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오후 3시30분에 모두 끝내고 밤 늦게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 때 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지시 및 횡령 여부를 집중 추궁했고, 변호인측은 구속되면 경제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는 등 양측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변호인측은 취재진에게 "현대차그룹은 일반 그룹과 달리 대표이사가 경영자여서 정 회장이 구속될 경우 피해가 너무 크다.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변호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먼저 정 회장이 2001년 이후 현대차 본사에서 460여억원, 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위아, 현대캐피탈 등 5개 계열사에서 680여억원, 위장거래 230여억원 등 모두 1천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고지했다.
특히 검찰은 대선을 앞둔 2002년 480억원의 비자금이 조성됐으며 같은 해 8∼12월 모두 200억원이 집행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도 알렸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썼다고 하지만 대선자금에 쓴 것 말고도 회사 경영을 위해…"라고 말하는 등 일부 비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비자금이 2002년 대선 당시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동안 '대성공'이란 평가를 받았던 대선자금 수사의 부실 논란이 일 면서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 당시 고(故) 정주영 회장의 개인돈이 정치권으로 전달된 것으로 결론냈었다.
정 회장이 비자금을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경영권 확보, 금융브로커 김재록씨와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를 통한 정·관계 로비 등에 사용했고 500억원 이상을 노무 관리비로 썼다는 의혹의 진실을 놓고도 검찰과 변호인이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현대우주항공㈜의 채무 중 1천700억원을 사재로 대신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이자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현대정공, 고려산업개발 등을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토록 해 자신의 개인 빚을 갚은 혐의를 둘러싼 공방도 치열했다.
정 회장은 심사 과정에서 "(유상증자는) 정부의 부실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정책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당시 대규모 연쇄부도 위기가 생길 우려가 있어 필요했다. 실무자들이 알아서 해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며 본인의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정 회장을 서울구치소에 수감한 후 비자금의 성격과 용처 규명에 나설 계획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비자금 용처 수사가 7월까지 마무리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용처 수사는 해 봐야 한다. 철저히 장기간 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파헤칠 계획임을 공언했다.
한편 검찰은 현대차로부터 41억6천만원의 금품을 받고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 등을 상대로 부채탕감 로비를 한 혐의로 김동훈씨를 이날 구속기소키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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