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처벌, 정도경영 계기로

입력 2006-04-28 11:43:49

한 달여를 끌어온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정몽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던 검찰이 재계 서열 2위 기업 총수의 구속을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비자금 1천300억 원을 조성해 횡령하고 3천900억 원 배임에다 550억 원의 국민세금을 가로챈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따라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하다.

정 회장이 구속될 경우 나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벌써 해외공장 건설 연기, 해외IR 취소 등 중장기 사업 계획 및 주요 행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법과 원칙에 따른 처벌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재벌들의 일탈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은 미지근했다. 재벌비리에 대한 고무줄 잣대가 재벌들의 불'탈법과 편법 경영을 부추긴 셈이다.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의 불'탈법 경영에 대한 엄격한 처벌 관행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도 삼성'두산그룹과 달리 자신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불만을 터뜨릴 게 아니라 투명 경영을 위한 산고(産苦)로 감내해야 한다. 재벌들에 대한 인식 전환은 천문학적 액수의 사회공헌기금 헌납이 아니라 정도 경영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한편 협력업체 지원 약속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검찰수사의 와중에도 기본급 9.1% 인상안을 내놓아 걱정된다. 협력업체와 협력업체 종사 노동자들이 흘린 피땀의 상당수가 현대차 노사의 주머니를 채워왔기 때문이다. 재벌 총수 일가와 노동 귀족화한 전투적 노조가 제 배만 채울 때 국민은 외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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