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자세 낮추기' 왜?

입력 2006-04-28 10:05:34

지방선거가 본격화한 가운데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7일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 주목된다. 자당의 강점을 부각하며 자신감있게 표심을 자극하던 예년과는 달리 큰 선거를 앞두고 지도부가 바짝 엎드린 자세를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열린우리당 정 의장은 이날 5·31 지방선거 정강·정책연설 TV방송을 통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한 점, 엎드려 반성하고 사죄한다."며 강도높은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야당이 지방권력을 절대 독점한 지금 상황에서 여당은 야당이라는 거대한 바다 한복판에 떠있는 외로운 섬"이라며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지방권력이 되도록 여당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의 이같은 '자성'은 최근의 당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그동안 여당에게는 특별한 악재나 실책이 없었던 반면 한나라당은 공천 잡음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도 여당 지지율은 회복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수도권 '삼각 편대'를 통해 지방선거 분위기를 주도하겠다던 당초 목표와는 달리 아직 삼각편대는 제대로 이륙도 못했고, 믿었던 '강금실(康錦實)-진대제(陳大濟) 카드'마저 한나라당 후보에 현격한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간 한두 곳을 제외하고 전패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정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방선거 참패와 이로 인한 대권가도에서의 탈락'이란 최악의 상황을 막아 보자는 위기의식과 초조감에서 나온 것으로 정치권은 평가하고 있다.

한편 공교롭게도 같은 날 호남을 찾은 한나라당 박 대표도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며 정 의장과 같이 낮은 포복 자세를 취했다.

박 대표는 이날 전남·북 필승결의대회 격려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마음을 열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지역에서 지난 선거에서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호남을 위해서 진정으로 일하는 당이 어디인가라고 물었을 때 주저없이 한나라당이라고 답이 나올 때까지 모든 정성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 대표도 이날 "이번 선거는 국민을 살기 힘들게 하고 나라를 분열과 혼란에 빠지게 한 현 정부를 심판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하는 등 '진지한 자성보다는 반 노무현 정서를 자극해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을 교란하는 게 진목적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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