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

입력 2006-04-28 10:47:37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덩달아 문화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웬만한 문화 공연은 만만찮은 비용에도 성황을 이룬다. 하지만 이 같은 문화적 욕구 증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의 질'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월 삼성경제연구소의 평가를 보면 대한민국의 경제력의 양적 측면은 세계 11위 권이지만 질적 측면은 19위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삶의 질'은 OECD회원국 가운데 26위로 최하위권이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지만 '삶의 질'은 여전히 선진 문턱이 높기만 하다.

대구의 경우를 보자. 광주가 문화수도를 선언하는등 각 도시들이 앞 다퉈 '문화'를 강조하자 대구도 문화도시를 표방했다. '컬러풀 대구'도 그 가운데 하나다. 봄을 맞아 주말마다 거리 공연이 이어지고 각종 문화 행사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구가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대구가 문화도시인지를 의심케 한다. 2005년도 문화관광부의 문화기반시설 총람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문화시설 중 박물관과 미술관 수는 총 6개다. 서울의 104개, 부산의 12개에 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시세나 인구수가 대구에 훨씬 못미치는 대전의 15개, 광주의 11개에 비할 바 못된다. 도서관 수도 마찬가지다. 인구 250만명이 넘는 대구의 도서관수는 2004년말 현재 13개로 부산(24개)의 절반 수준이다. 인구 144만명의 대전이 15개, 140만명의 광주에도 12개의 도서관이 있다. 그나마 대부분은 관할 교육청이 만든 것이고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도서관은 하나도 없다. 도서관은 문화의 또 다른 척도다.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의 주도 쿠리티바는 인구 170만명, 위성도시를 더하면 300만명선으로 대구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다. 이 도시는 오늘날 '환경적으로 건전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미래의 생태도시'라는 화려한 찬사를 받으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1971년부터 세 차례 시장을 역임한 건축가 출신 '자이미 레르너'시장의 리더쉽이 기여한 바 컸다. 71년 그의 취임 당시 1 개이던 시내공원은 지금 14개의 대형공원과 12개의 산림공원을 포함한 600여개의 공원으로 확대됐다. 쿠리티바시는 지금도 한해 17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250만 송이의 꽃을 가꾼다. 그렇다고 쿠리티바시의 예산이 많은 것도 아니다. 대구시 예산(3조 2천억 원선)의 1/3도 안되는 8천500억원 남짓하다. 이는 전시행정이 사라진 탓에 가능했다. 쿠리티바 시는 대형 도서관이나 거창한 문화회관을 짓는 대신'지혜의 등대'라는 소규모 도서관을 변두리 마을마다 건설했다. 인구 170만명의 쿠리티바 시는 이런 도서관 44개를 가지고 있고 지금도 도서관 공사는 진행중이다. 1970년대 초 0.5㎡에 불과했던 1인당 녹지율은 2000년 현재 55㎡로 100배 이상 늘어났다.

대구가 참된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대구가 '살기 좋은 도시'인지 나아가 '살고 싶은 도시'인지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팔공산과 앞산, 비슬산이 병풍처럼 휘두르고 낙동강과 금호강, 신천이 동맥을 형성하고 있는 대구는 '살기 좋은 도시', '살고싶은 도시'에 필요한 자연환경을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는 인구가 줄고 있는 몇 안되는 대도시다.

5.31지방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새 시장을 뽑기 위한 선거다. 각 후보들의 공약도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대구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문화도시를 내세우는 이는 없는 듯하다. 경제도시, 국제도시, 첨단도시를 내세우는 거창한 구호가 난무하지만 대구를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엿보이지 않는다.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임기간중 자치단체장들에 대한 평가가 '삶의 질'에 맞춰져야 한다. 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공원이나 도서관수를 얼마나 늘렸는지 1인당 녹지율은 얼마나 높아졌는지 등이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래야 이런 것들이 공약으로 등장할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정부가 선언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원년 아닌가.

정창룡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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