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 LG필립스LCD의 7세대 LCD 생산공장이 27일 준공됐다. 이 7세대 생산라인에만 올해 말까지 5조 3천억 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파주 LCD단지 전체로는 오는 2010년까지 모두 25조 원이 투자된다. LG필립스LCD 공장 51만 평 이외에도 협력업체 단지 59만2천 평과 LG계열사 입주단지 30만 평이 더 있기 때문이다.
LG필립스LCD는 이미 파주지역에 직접고용 2만 5천 명을 포함해 협력업체, LG계열사 등 모두 4만 2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경기도는 간접고용까지 합치면 9만 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 준공식에는 대통령과 산자부장관, 경기도지사, LG 및 관련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 등이 대거 참석, 세계 최대 LCD공장의 첫 걸음을 축하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듣기만해도 가슴 벅찬 뉴스다. 그러나 만일 6년 여 전 대구와 경북이 정치·경제·사회적 역량을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갖춰 적극 노력했더라면 이 빅 뉴스가 경기 파주에서가 아니라 5, 6세대 LCD 생산기반을 가졌던 구미로부터 전 세계로 타전됐을 것이라는 데 생각에 솔직히 피가 거꾸로 치솟는 느낌이다. 물론 9만 개의 일자리 창출로 가장 혜택을 보는 도시는 대구와 대학이 몰려 있는 경산이 됐을 것이다. 어쩌면 대구경북의 경제위기론도 쑥 들어갔을 지 모른다.
파주 LG필립스LCD는 정부·기업의 합작품이었기 때문에 우리 지역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임진강을 건너면 바로 북한 땅인 군사보호구역 파주에 공장신설이 가능하도록 고도제한을 풀고, 보통 3년은 족히 걸릴 단지 조성공사를 13개월만에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와 파주시, 주민들의 일치된 노력 덕택이었음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400여 기의 묘지를 단시간에 이장하는 데는 공무원의 헌신적 노력과 주민의 이해와 협조가 없었다면 국가 최고권력으로도 가능치 않은 일이다.
파주 LG필립스LCD는 대구경북에 잊혀질 수 없는 상처이자 교훈으로 남아야 한다. 현재 모바일, 자동차부품, 철강 등 지역 주력산업들이 LCD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전문가와 기업인들의 비판과 우려가 많은 탓이다.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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