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몽구 회장 구속영장 청구

입력 2006-04-27 11:18:34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불구속

현대차 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정몽구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불구속수사하고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임직원들의 사법처리 방침은 추후에 결정키로 했다.

정 회장의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으로 예정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당일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1천여억원의 비자금 횡령과 3천여억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오늘 오전 11시 10분 정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정 사장은 부자 구속에 따른 부담, 현대차측 경영상 애로 등을 고려해 불구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채 기획관은 "기업에 불법적으로 손해를 가한 주된 책임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는 것이 필요했고 피해액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매우 중하며 임직원들의 진술 번복 등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채 기획관은 "그러나 정 회장 이외의 책임있는 임원들의 사법처리 수위와 범위는 회장 유고로 인한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다"고 말해 임직원의 구속수사 범위는 최소화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검찰은 또 현대차그룹의 로비 혐의 수사를 계속 진행하되 기업관련 비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정 회장의 영장이 청구된 만큼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승계 등 기업관련 비리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정·관계 등을 상대로 한 각종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키로 했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그룹 비자금의 사용처 규명 등 로비 수사는 앞으로 계속할 계획이다"며 그룹 자체 로비 뿐만 아니라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의 부채탕감 로비 , 금융브로커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의 로비 의혹 규명에 주력할 계획임을 피력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02년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차와 기아차,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 그룹 내 6개 계열사를 통해 1천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아차의 옛 계열사인 아주금속㈜과 ㈜위아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41억원의 금품을 로비자금으로 써 550억원의 부채를 탕감받은 혐의도 영장에 포함됐다.

정 회장은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회사측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 구속으로 현대차가 단기적으로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속히 비상경영체제 등을 가동하고 경영 내실화를 통해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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