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의선 사장 구속' 급선회 배경

입력 2006-04-26 11: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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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리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25일 '정몽구 회장 구속'에서 '정의선 사장 구속'으로 급선회한 것은 유가 급등과 환율 불안, 현대차의 경영공백 등 경제적 불안 요인을 적극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영권 승계 비리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정 회장이 아닌, 정 사장인 만큼 검찰이 편법적인 부(富)의 이전을 엄정하게 단죄함으로써 경제정의와 조세정의를 바로잡는 상징적인 의미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 유가·환율·경영불안 3重苦 = 그간 '대기업은 1인 기업이 아니지 않느냐'며 정몽구 회장의 경영 공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검찰이 '경제위기론'에 무게를 싣게 된 배경에는 최근의 유가급등과 환율불안 등 경기적 불안 요인이 놓여 있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油)의 현물가가 24일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67.48달러에 거래됐고 원/달러 환율은 25일 장중 936.7원을 기록해 8년6개월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석유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원유 가격의 상승은 생산 위축으로 이어지고 원화 가치가 고평가될수록 해외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산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은행의 25일 발표에 따르면 유가급등과 환율급락 등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무역손실액이 16조 원이 넘고 현대차 계산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원 떨어질 때마다 현대·기아차는 200억 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경기 불안 상황에서 현대차 그룹의 총수를 구속할 경우 해외공장 설립이 차질을 빚고 협력 업체들의 연쇄적인 경영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에서 설득력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영공백이 경기불안과 맞물리면서 단기적인 타격이 예상 외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신병은 자유롭게 해주되 기소 후의 처벌수위에 대한 판결은 법원에 맡기자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편법 富 상속 단죄' 상징 = 아울러 검찰 수뇌부는 현대차 경영 비리의 핵심은 정의선 사장이 세금을 내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막대한 부를 상속받으려 한 데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상징적으로 단죄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위아와 카스코, 본텍 등 현대차 부실 계열사에 대한 부채탕감 로비가 이뤄진 것도 결국 정의선 사장에게 더 많은 회사를 물려주기 위한 것이고 글로비스의 '물량몰아주기'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편법 경영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해서 정치권에 제공하는 경우 '정경유착'이라는 비판을 받는 기업은 불법의 공범이면서 어느 정도는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선처의 여지가 있지만 경영권 승계 비리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땀흘려 일하지 않고 막대한 부를 일구는 과정은 '경제 양극화'가 화두로 던져진 경제 정의에도 맞지 않고 세금을 교묘하게 회피한다는 점에서 조세 정의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정 회장을 구속하고 정 사장은 불구속 입건할 경우 그룹의 경영권이 자연스럽게 정 사장에게 넘어가게 될 수 있고, 이는 검찰이 의도하는 방향과 전혀 상반된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논리에 경도' 비판도 = 하지만 검찰의 이 같은 갑작스런 변화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도 부분적으로 감지된다.

두산그룹 사건 때 총수 일가를 전원 불구속기소해 사법정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던 검찰이 이번에도 원칙대로 수사하지 않고 막판에 기업의 경제논리에 일정 정도 양보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을 불구속할 경우 단기적인 경기(景氣)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경제 정의에 대한 인식이 흐려져 장기적인 경제(經濟)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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