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의료사고

입력 2006-04-26 11:44:16

지난해 말 대전의 한 병원에서 위암 환자와 갑상선 질환자를 뒤바꿔 수술한 사건이 발생했다. 위암환자의 갑상선을 제거하고 갑상선환자의 위를 절제한 것이다. 이들 환자들은 같은 날 입원해서 같은 날 수술을 받았는데, 병원 측은 환자의 차트가 바뀌면서 착오를 일으켰다고 해명했다. 이달 초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우측 폐에 암이 있는 환자에 대해 좌측 폐를 수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70대 고령인 이 폐암 환자는 수술받은 지 한 달 만에 다른 종합병원에서 다시 우측 폐를 수술해야 했다. 두 차례의 수술로 6일 동안 의식을 잃는 등 큰 고생을 하고 건강은 크게 악화됐다. 앞서 엉뚱하게 위를 절제한 환자는 다시 위 복원 수술을 받았지만 정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고, 갑상선이 떨어져 나간 환자는 위 수술을 다시 받아야 했다.

○…의료사고의 경우 환자와 병원 측이 원만한 합의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합의에 실패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앞의 두 가지 사례는 의료진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난 경우여서 합의든 소송이든 환자가 피해를 어느 정도 보전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의료진의 과실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증거를 찾아내기 어려운 환자의 경우는 힘든 법적 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환자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제 대구지법에서 두 건의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왔다. 직장 천공으로 복막염을 앓던 환자를 단순 감기로 오진해서 치료 시기를 놓쳐 숨지게 한 병원에 대해 재판부는 과실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 하나는, 수술 과정에서 의사의 실수로 청력을 잃었다며 제기한 소송으로, 재판부는 의료사고는 그 특성을 감안해서 병원 측이 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재 국회는 의료사고 피해구제와 관련한 법안을 심의 중이다. 피해구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 분담 여부 등 몇 가지 쟁점이 드러나 있다. 피해구제는 의료부문이 아니라도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의료분야는 환자의 입증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한 해 2만여 명, 한국인 사망 원인 3위인 심장질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될 정도이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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