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들 힘 세졌다…'권리 찾기' 잇따라

입력 2006-04-26 10:55:01

아파트 입주민들의 권리찾기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아파트단지 운영과 관련된 각종 내부비리가 '조용히' 처리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주민들이 직접 진상조사를 벌이는 등 새로운 대응방식이 나타나고 있는 것. 주민들이 나서서 문제를 빚은 관리사무소장을 해고하거나 형사고발 및 법정소송을 벌이는 등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내분에 시달리고 있는 대구시 달서구 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와 게시판에는 '내부 비리 혐의자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까지 나붙었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던 지난 2003년 초쯤 시공사 부도로 일시적으로 결성됐던 입주 예정자대표회의 간부들이 진입도로에 설치됐던 아파트 담장 철거 대가로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져나온 것.

아파트 앞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당시 상가 건물주가 담장 탓에 장사에 방해를 받게되자 담장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의 돈을 이들에게 줬다는 의혹이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한 관계자는 "돈이 오간 정확한 진상파악을 위해 수사기관에 고발은 물론,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북구 한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은 수 개월 만에 주민들에 의해 해직됐다. 소장이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등 공용시설을 주민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임의로 해당 업체와 수의계약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된 것.

결국 입주민들은 "경쟁입찰로 보다 나은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도 관리소장이 멋대로 계약을 했다."며 급기야 소장을 갈아치운 것.

이처럼 아파트 입주민들의 힘이 세지고 아파트 곳곳에서 다양한 유형의 다툼이 꼬리를 물고 발생하자 각 구청들은 아파트분쟁조정위원회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수성구청, 지난해 달서구청과 북구청에 이어 지난달 말엔 남구청도 위원회를 설치했다.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최병우 사무국장은 "아파트 운영관련 비리에 대해 입주민들이 적극 대처함에 따라 아파트 운영주체도 더 깨끗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은 "입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지나칠 경우 공동체 생활공간인 아파트가 자칫 주민 간의 지속적인 다툼으로 번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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