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노스 컨츄리

입력 2006-04-26 07: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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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문제가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각종 기관에서는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기업에서는 기업문화 자체가 바뀌고 있다.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처럼 확산되고 있으나, 여전히 뿌리 뽑히진 않고 있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는 직장여성 10명 중 6명은 직장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와 성희롱 문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단면을 보여줬다.

미국은 어떤가. 제도적 진보성이 그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미국이지만 성희롱이라는 용어가 정립된 것은 1975년부터였다. 그리고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소송의 역사도 20여 년에 불과하다.

'노스 컨츄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성희롱 문제를 노골적으로 응시한다. 1984년 '젠슨 대 에벨레스 광산'건으로 불리는 실제 성희롱 소송을 소재로 했다.

남편의 폭력에 두 아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조시 에임스(샤를리즈 테론)는 생계를 위해 수입이 많은 광부로 취직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보내는 이곳 남성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성들에게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느낀 남성 노동자들은 조시를 가만 두려 하지 않는다. 여성의 성기를 은유한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 성관계를 갖자고 으름장을 놓는다.

다른 여성들도 괴롭힘의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밥줄을 놓을 수 없는 이유로 침묵한다.

조시는 남성 동료의 성희롱 문제를 노동조합과 회사 경영진에 제기하지만 모두 등을 돌린다. 여성 동료들도 "너 때문에 우리도 고생"이라고 불평한다. 조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상대로 미국 역사상 첫 성희롱 소송을 제기한다.

영화는 미국 내 성희롱 방지 관련 법안을 만들어내는데 단초를 제공한 의미 깊은 사실을 축으로 하지만 어느 여성 투사의 영웅담을 강조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사회 편견을 부수고 나오는 한 인간의 담담한 내면 고백이다. 소송에 승소하는 조시를 통해 사회적 약자가 어떻게 편견의 벽을 뚫고 생존의 장에서 버텨 나가는지를 오히려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2005년 뉴욕여성영화방송인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여성영화'로 선정됐으며 주연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은 할리우드 필름페스티벌 선정 올해의 여배우상을 수상한 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웨일 라이더'로 알려진 뉴질랜드 출신 여성 감독 니키 카로가 메가폰을 잡았다.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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