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급화 경쟁 "호텔도 저리 비켜"

입력 2006-04-26 07:31:44

"호텔 같은 아파트가 아니라 이제는 아파트를 닮은 호텔이 등장할 시대입니다."

경력 15년의 대기업 건설회사 영업부장인 K 씨는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 트렌드를 짧게 정리했다. 그는 "분양가를 보면 집을 파는 입장에서도 서민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가격이지만 아파트 내부를 들여다 보면 입이 벌어질때가 많다."며 "광고 문구가 아니라 정말 호텔 스위트룸이나 고급 리조트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아파트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2, 3년전부터 본격화된 아파트 고급화 경쟁이 날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기존에 정형화된 틀을 파격적으로 벗어나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구마다 다른 평면과 디자인

기존 아파트의 가장 큰 단점은 획일성. 입주민의 취향에 따라 발코니를 확장하거나 인테리어를 변경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평면이나 디자인은 바꿀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같은 단지내 아파트라도 집집마다 분위기나 구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 건설은 오는 28일 분양하는 수성3가 하늘채 단지에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 제도를 도입해 계약자들이 입주 직전에 원하는 벽지나 전기 배선, 실내 컬러 등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롯데도 27일 분양하는 '수성3가 캐슬' 단지 50평을 화이트 톤, 오크풍 컬러 등 두가지 타입으로 내놓았다.

지난주 분양한 대림은 발코니 확장 신청을 받을 때 거실이나 내실, 침실 등 계약자가 원하는 곳만 선택적으로 확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 40평 후반 평형부터는 대부분 단지들이 거실과 붙은 내실 1개를 가변형으로 설계해 거실이나 방으로 선택하거나 작은 방 두개를 하나로 합쳐 넓은 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옵션제를 채택하고 있다.

주택회사 관계자들은 "기존에는 시공상 어려움 등으로 업체들이 동일한 평면이나 마감재를 사용했으나 소비자들의 취향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면서 앞으로는 가구별로 평면이나 디자인, 색상이 상당히 다른 단지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 마케팅

기존 아파트의 평균 녹지 공간은 15~20%선. 따라서 전체 대지 면적 중 80% 이상은 건물이나 주차장, 도로 등 삭막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채워졌다. 그러나 최근 분양되는 단지들의 녹지율은 30%를 넘어서고 있으며 일부 단지는 40%까지 접근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주 생태 택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대구 북구 연경택지지구 녹지율이 37%인 것을 감안하면 이제까지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생각할 수 없던 녹지율이다. 주택회사들은 녹지 확보를 위해 판상형 아파트 대신 타워형 설계로 단지 중앙을 공원으로 확보하고 주차장도 대부분 지하에만 설계하고 있다.

실제 이달 분양하는 수성3가와 범어동 단지들은 치열한 '녹색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코오롱 하늘채의 경우 아파트를 주상복합 수준인 33층으로 높혀 바닥 면적을 확보한 자리에 단지 입구에서부터 190m 뻗은 공원을 조성하고 외곽을 둘러싸는 600m의 산책로를 만들었다. 수성3가 롯데 캐슬도 주차장을 지하로 내리고 녹지율을 35%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며 쌍용 범어 예가는 단지 중앙에 60m 길이의 분수 광장을 만들고 주변은 영국형 테마 정원으로 꾸며놓고 있다.

또 지난주 분양한 대현 대림 e-편한세상은 단지 중앙을 흐르는 40m의 실개천을, 오는 28일 문을 여는 신일의 각산동 해피트리는 단지 입구에서 끝까지를 잇는 계단형 공원을 조성했다.

◆독특한 설계, 차별화된 부대시설

수성3가 롯데 캐슬의 층고 높이는 290㎝. 지난해 건축법 개정으로 아파트 층고가 280㎝로 높아졌지만 다시 10㎝를 더 올렸다. 층고가 높아지면 환기성이 좋아지고 개방감이 확대돼 실내 쾌적성이 좋아진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또 롯데는 지상 13m 높이에 통유리로 설계된 300여평의 스카이 휘트니스센터를 설치했다. 골프연습장과 대형 사우나 시설 등이 들어가는 휘트니스센터는 특급 호텔 스포츠센터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이 업체측의 자랑이다.

쌍용은 범어 예가에 자체 개발로 특허 출원한 '사운드제로 플러스' 공법을 채택해 층간 소음을 거의 줄여 각 가구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했으며 각산동 신일은 확장된 발코니 공간을 활용해 안방에 또다른 내실을 하나 더 넣고 40평형 이상은 포켓 발코니 설계로 '가족실'이라는 공간을 더 만들었다.

또 코오롱 하늘채는 입주 후 휘트니스센터를 주민들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코오롱 자회사인 코오롱스포렉스가 헬스·에어로빅·골프 등의 프로그램을 전담해 운영하며 쌍용은 원어민들이 입주후 1년간 영어마을을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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