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테(Namaste)." 만나자마자 두 손을 모으고 네팔식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그리고 "단야바드(Dhanyabad)."란 말도 스스럼없이 나왔다. 한국 여행의 기회를 준 매일신문에 감사하다는 네팔말이다.
네팔에서 계명대 교환학생으로 유학온지 4개월째. 하지만 이번이 한국에서의 첫 여행이다. 21일 오전수업을 마치자마자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로 떠났다. 영국의 엘리자베스여왕이 찾을 만큼 한국의 대표적인 여행지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더 기대가 컸다. 한국을 좀 더 알수있는 기회라 기분도 한껏 들뜬 상태였다.
오전 11시 캠퍼스를 떠나 오후 1시쯤 도착한 곳은 안동댐 인근의 안동간고등어 정식집. 간고등어 정식 한 상을 받고보니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어떻게 바다고기의 간이 이렇게 적절하게 잘 될 수 있을까. 처음으로 맛보는 간고등어였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바다 고기 중 가장 맛있었다.
내륙의 고산국가인 네팔에서도 가끔 물고기를 먹는다. 하지만 대체로 불에 구워먹는 편이다. 소금이 적절히 가미된 담백한 이런 간고등어 맛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밥 한 공기를 후딱 비우고 난 뒤에도 간고등어를 계속 맛봤다.
전통 한국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찾아간 곳은 한국적인 집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하회마을. 첫 인상은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오히려 이상했다. 한국사람들은 항상 바쁘고 어디서나 북적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조용한 마을이 있다니 놀라웠다.
짚으로 엮어 만든 초가집은 네팔 고산지대에 지은 나무집과 비슷한 것 같았지만 오히려 더 따뜻하고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서애 유성룡 선생이 살았던 1천600년대 가옥 '충효당', 풍산 류씨 대종가인 1천500년대 가옥 '양진당' 등에서는 한국 전통 가문의 훌륭한 기품이 느껴졌다.
마을을 둘러보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장독대'라 불리는 배불뚝이 항아리였다. 간장, 된장 등 양념을 담아놓았다고 해 들여다보니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집집마다 항아리를 십여개씩 나란히 놓아뒀는데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발효음식을 저장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네팔에서는 쉽게 상하는 음식은 건조시켜 천장에 매달아두거나 땅에 묻어둔다.
낙동강 반대편 70여m 높이에 이르는 절벽인 '부용대'에 올라서 바라본 하회마을 풍경은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낙동강이 'U자' 형태로 마을을 감싸고 돌며 늘씬한 소나무 숲은 마을전체의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초가집, 기와집이 조화롭게 배치돼 한국 전통마을의 아름다움이 한껏 배어났다. 최소한 1천m가 넘는 고산도시에 살고 있는 네팔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마을풍경이었다.
하회마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승용차로 10여분 떨어진 곳에 있는 '병산서원'을 찾았다. 500년 전 이 나라 선비들이 공부하던 곳이라 그런지 교육적인 냄새가 곳곳에서 풍긴다.
'7폭 병풍'을 보는 듯한 '만대루'라는 곳은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 산과 강에 살짝 얹어놓은 듯한 한국의 건축양식에 다시 한번 탄복했다.
시간이 짧아서 아쉽기도 했지만 한국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기회라 너무 좋았다. 기분좋은 네팔말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라마일로 가라(Ramailo Gara,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수딥 바부 스레샤(23·네팔인·계명대 체육교육과 교환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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