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매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핵심에 BIS비율(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있다.
정부당국자들이나 외환은행 관계자들이 의도적으로 BIS비율을 낮게 산정해서 부실금융기관 판정을 받게 했고 이에 따라 론스타펀드가 매입자격을 획득했다는 의혹이 수사선상에 놓여 있다. 더 나아가 론스타측이 이러한 판정이 나도록 정부당국자들에게 로비를 했으리라는 의혹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국민적인 관심은 BIS비율 산정 과정에서 일어났을 불법행위 여부에 쏠리고 있다. 론스타가 4조5천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이득을 챙기게 되는데, 불법행위를 찾아내서 이를 무효화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얼마나 세금을 매길 수 있을지 등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정책적으로 보다 중요한 것은 부실금융기관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BIS비율 자체이다. 이론적 실증적 근거도 없는데다, 자의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여지를 너무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BIS비율은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자본금을 자산으로 나누어 구한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으면, 즉 대출 및 투자금 대비 자본금이 많으면, 금융기관의 도산위험이 낮아진다고 할 수 있다. 대출이나 투자에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갖고 있는 자본금으로 막을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진다.
그렇지만 BIS비율은 대단히 자의적으로 구해진다. 대출이나 투자액수를 단순히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둔다. 예를 들어 신용이 있어서 가중치가 1.1인 회사에게 100만원, 신용이 낮아 가중치가 1.5인 다른 회사에 100만원을 대출할 경우 BIS비율 산정시 총대출금 액수는 110만원과 150만원을 더해 260만원이 된다.
이렇게 가중치를 붙여서 대출이나 투자의 위험도를 계산하는 것은 개별금융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BIS비율을 금융감독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금융기관들마다 판단기준이 다른데 여기에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은 다른 기관들이 보기에는 다소 위험해 보이는 고객이라도 나름대로의 판단에 의해 대출해주고 나중에 회수하는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금융기관들이 고객들에 대해 똑같은 가중치를 적용하라면 개별금융기관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 없다.
부실금융기관 판정기준으로 하필이면 BIS비율 8%를 적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 비율이 7%면 은행이 도산할 염려가 있고 9%가 되면 안전한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밝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서양 은행가들이 모여서 대충 정한 기준일 뿐이다.
그런데 이 수치를 부실판정여부의 중요한 잣대로 사용하다 보니 많은 혼란이 온다. 경기가 나빠서 BIS비율이 위험수위로 갈 경우 은행들은 부실금융기관 판정을 받지 않기 위해 비상체제에 들어간다. 이 때 자본금을 확충하기보다는 기업대출금을 회수해서 수치를 올리는 것이 훨씬 쉽다. 경기가 어려운데 기업자금난을 더 악화시키는 일이다.
외환은행은 반대의 경우이다. 매각하려면 부실판정을 받는 것이 편리하니까 부실채권의 비중을 높여서 BIS비율을 떨어뜨렸다. 당장 부실채권이 아니더라도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대출금이나 투자도 부실채권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감사원이나 검찰은 매각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찾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더 중요한 문제는 BIS비율이 적법하게 맘대로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금융위기 직후 우리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처럼 외환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글로벌스탠다드라고 얘기되는 것들을 여과없이 많이 도입했다. 그러나 이제는 불필요한 글로벌스탠다드들을 정리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부실판정 여부는 BIS비율보다 과거부터 사용하던 국제통화기금(IMF)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3개월 이상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난 채권만 부실로 분류해서 '자의'가 들어갈 소지를 없애는 것이 낫다. 자의적 판단은 개별금융기관들 스스로 하면 된다. 감독기준에 자의성이 많아지면 조작이 쉬워진다.
신장섭(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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