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알아야 교양이 잡힌다] 나노 기술

입력 2006-04-25 07:58:58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품목 중 IT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 가까이 된다고들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제는 IT 기술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대표적인 IT 수출 품목으로는 현재 메모리를 주축으로 하는 각종 반도체 제품, LCD, PDP 등의 디스플레이 제품, 휴대폰 및 각종 가전제품 등을 들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을 주축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도 활발하게 수출이 되고 있다. 이러한 IT 기술들은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50년 정도를 내다 볼 때 과연 어떠한 기술들이 미래의 우리나라 IT 산업 및 수출 품목들을 주도하게 될 것인지를 한 번 예측해 보는 것이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중요하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술들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지탱하여 주는 중요한 부의 원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향후 몇 십 년 동안 떠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술들 중의 하나로 오늘은 나노 기술에 초점을 두어 소개하고자 한다.

나노 기술은 나노라는 말이 뜻하는 바 10억 분의 1m 정도의 정밀도를 다루는 기술을 말한다. 이러한 미세 기술들은 IT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리, 화학, 재료, 기계, 전자 등 이학과 공학 전 분야의 지식이 망라되어야만 꽃을 피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융합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노 기술은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만큼 그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 적용 분야도 매우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가 있다.

IT 분야에서 예를 들어보면 반도체 메모리를 들 수 있겠다. 컴퓨터나 휴대폰 등 통신기기들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실시간 동영상의 화질이나 전송속도 등의 요구가 점증함에 따라 사용되는 메모리의 요구 용량이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이고, 이에 따라 같은 사이즈에 용량은 훨씬 많은 기가 단위의 메모리 량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용량의 메모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나노 정도의 초정밀도와 초집적도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이미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이 분야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미 상당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또한 다른 분야의 예를 찾아보면 우리의 피부에 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아주 부드럽고 세미한 나노 화장품을 들 수가 있다. 이러한 화장품은 나노 분말 제조 기술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 분야는 이미 미국 등에서 많이 개발되어 이미 수 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회사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현재 백만 분의 1m 크기를 일컫는 마이크로 정도의 전자/기계 등의 연구가 활발하여 초소형 모터와 기어 및 고통 없는 미세 주사바늘 등이 개발되고 있는 데 이러한 일련의 기술들을 MEMS(Micro Elcetro-Mechanical Systems)기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다 먼 미래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NEMS(Nano Electro-Mechanical Systems)기술로 발전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꽃을 피운다면 아마도 우리가 나노 정도의 초미세 로봇을 약으로 복용하여 이러한 로봇이 우리의 몸과 혈관을 타고 다니면서 필요한 부위의 수술을 시행하여 뇌혈관질환 등과 고질적인 병의 치료를 고통 없이 끝낼 수 있는 날도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같이 나노 기술은 전자, 생명, 기계, 재료 할 것 없이 전 분야의 기술 지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노 기술의 상당 부분은 아직도 사람들의 머리속만 맴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면 미래는 젊은이들의 상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학 기술이라는 것도 결국은 상당한 훈련과정을 통하여 머리속에서 그리고 있던 창의적인 생각을 구현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코넬 대학에 가보면 나노 기술을 연구하는 나노 연구소(Nano Fabrication Laboratory)가 있는 데 그 연구소의 이름이 최근에 바뀌었다. 연구 내용이 바뀐 것도 아닌데 이름부터 바꾼 것이다. 그 바뀐 연구소의 명칭이 피코 연구소(Pico Fabrication Laboratory)이다. 피코라는 말은 1조 분의 1m의 정도를 일컫는 단어이다. 그 연구소에서 일을 하는 많은 학생들과 연구원들로 하여금 '일은 나노로 하고 있어도 꿈은 피코로 꾸라'고 배려한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현재 우리는 IT 기술을 중심으로 마이크로의 일을 하면서 나노의 꿈을 꾸고 있다. 누가 알겠는가?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30년쯤 후에는 나노의 일을 하면서 피코의 꿈을 나누게 될 지.

이진수(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세분화 보조단위

길이에 관한 국제적 표준은 1875년 파리에서 체결된 미터조약(Convention of Meter)에 의해 설정된 이후 꾸준히 확대됐다. 미터조약은 미터법에 의한 도량형 표준의 국제적 통일 및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조약으로 우리나라는 1959년 가맹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미터 등의 단위를 세분화하는 보조계량단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 센티(centi) : 10-2에 해당하며 기호는 c이다. 단위명에 붙여서 사용한다. 라틴어의 100분의 1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 밀리(milli) : 10-3에 해당하며, 기호는 m이다. 밀리미터(mm) ·밀리그램(mg) ·밀리바(mbar) 등이 그 예이다. 라틴어의 1,000분의 1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 마이크로(micro) : 10-6에 해당하며 기호는 μ이다. 작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당초에는 미크론(micron)이 사용되었으나 1982년 법정계량단위에서 사용이 금지된 후 마이크로가 사용되고 있다.

· 나노(nano) : 10-9에 해당하며 기호는 n이다. 예전에는 m(밀리:1m)와 μ(미크론)을 합쳐 mμ(밀리미크론)으로 10-9을 표현했으나, 나노로 대체됐다.

· 피코(pico) : 10-12을 나타내며 기호는 p이다. 마이크로마이크로(μμ)라고도 한다.

· 펨토(femto) : 10-15을 나타내며 기호는 f. 15를 의미하는 덴마크어 femten에서 이름이 유래하였다.

· 아토(atto) : 10-18을 나타내며 기호는 a다. 덴마크어인 atten(18)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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