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앓고 있는 공천 후유증이 예상외로 심각한 모양이다. 이 지역 곳곳에서 소란스러운 탈당 사태만 해도 무시 못할 정도로 세력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공천 탈락에 대한 반발이 이렇게까지 집단으로 번지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벌써 대구와 경북에서 탈당 행렬이 각각 1천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한나라당 타도를 외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한나라당이야 속이 타들어 가겠지만 제 발등을 찍은 자업자득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말로만 공천 개혁을 내세웠지 실제는 지난 선거 때보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전횡이 더 심했다. 탈락자들 반발이 심한 지역을 보면 하나같이 특정인 사전 내정설과 그 결과가 일치했다. 대구는 8군데 기초단체장 후보 가운데 6군데가 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 대표 지역구인 달성군에서조차 '박심(朴心)' 개입을 주장하며 경선 참여자 2명이 책임당원 수백 명을 이끌고 탈당했다. 박 대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보는지 궁금하다.
탈당 행렬에서는 '차라리 개혁 공천 한다고 떠들지나 않았으면 실망도 안 했다'는 비난 일색이다. 선거 사상 처음으로 중앙당이 빠지고 시'도당에 공천심사위를 만들었다고 잔뜩 기대를 걸도록 해놓고 결국 특정인 외에는 신청자 전부를 들러리로 만들었으니 배신감이 클 수밖에 더 있겠는가. 이해가 가고도 남는 불만들이다. 꼭 금품이 오가야만 공천 비리가 아닐 것이다.공식 기구인 공천심사위의 막후에서 특정인을 밀기 위해 장난을 치는 것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 비리가 아니고 뭔가.
이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참신한 일꾼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게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 모처럼 지방으로 넘어온 공천권을 지역 발전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사적 용도로 훼손하고 말았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주민 배신행위이다.
한나라당은 또 기초의원 공천 탈락자들의 탈당 행렬을 어느 정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 개미군단 격인 기초의원 출마자들이 '중구난방' 격으로 돌아서면 한나라당 지지 기반 자체도 흔들리겠지만 선거 또한 무수한 갈등과 정치혐오를 후유증으로 남긴다.
자기 당원들에게 무더기로 실망감을 안겨주는 정당이 무슨 염치로 유권자에게 손을 내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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