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북런던 더비'서 명예회복 노린다

입력 2006-04-22 08:44:19

22일 오후 8시45분 펼쳐지는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의 토튼햄 핫스퍼와 아스날의 '북런던 더비'(MBC ESPN 중계)는 잉글랜드의 많은 더비 경기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경기로 알려져 있다. 열성 팬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두 팀은 앙숙중의 앙숙으로 예전 토튼햄 소속이었던 수비수 솔 캠벨이 아스날로 이적하면서 팬들간의 대결의식이 더 첨예하게 형성돼왔다.

장소는 아스날의 홈 구장인 하이버리 구장으로 토튼햄의 원정경기이다. 이 경기에 나서는 이영표의 마음가짐은 남다를수 밖에 없다. 일주일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뼈아픈 실수를 했던 그로서는 상대가 라이벌인데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려있는 4위 확보를 다투고 있어 중요한 경기에서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3경기를 남겨놓은 토튼햄은 17승10무8패(승점 61)로 4위를 지키고 있지만 한 경기를 덜 치른 아스날이 17승6무11패(승점 57)로 바짝 쫓고 있다.

맨유와의 경기에서 일어난 이영표의 실수는 동포애와 승부욕 등이 뒤섞인 장면으로 고국의 팬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1차전에서 이영표의 돌파에 좌측면이 뚫렸던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이영표를 수비하게 했고 전반 36분 박지성이 위험지역에서 공을 몰고 나가던 이영표로부터 공을 빼앗아 골로 연결되게 했다. 넘어진 상태에서 웨인 루니의 슛 동작을 바라보는 이영표의 절망적인 표정은 안쓰러웠다. 스포츠 정신에 다소 어긋나지만 박지성이 이영표를 압박하되 이영표가 볼을 처리하도록 놔 두었어야 했다고 말한 사람들의 견해가 이해될 정도였다.

루니의 골에 결정적 도움을 준 박지성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루니 등과 골을 합작할 때마다 환하게 웃었던 박지성은 이날 웃지 않았고 좋아하는 루니에게 하이 파이브를 맞춰주는 데 그쳤다. 박지성도 이 상황이 골로 연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박지성이 고개를 숙인 채 이영표에게 다가가 슬며시 손을 맞닿은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이영표는 실수 직후 홈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적인 야유도 잠시 받았다는데 착잡함과 분노를 느끼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경기후 여유있고 씩씩함을 되찾은 이영표의 모습은 믿음직스러웠다. 이영표는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티에리 앙리, 이마뉘엘 아데바요르 등 한국의 월드컵 상대들과 만난다. 앙리는 중앙과 측면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스타일로 이영표와도 부딪히게 될 전망이다. 이영표가 '작은 프랑스'로도 불리는 아스날의 측면을 뚫고 상대에 치명적인 패스와 크로스를 날리길 고국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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